검찰이 그동안 사실상 형사 사법권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던 외국계 펀드와 잇따라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자산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외국계 펀드 사무실과 임원들의 집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전례가 없는 만큼 론스타 수사가 자본시장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론스타 수사는 작년 10월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론스타 전직 임원과 자회사 16개를 고발하면서 부각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국세청보다 한달 앞서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과 관련해 전현직 경제관료, 외환은행 관계자들을 고발했지만, 외환은행 매각이 표면으로 부상하지 않은 상황이라 본격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국세청은 당시 론스타뿐 아니라 칼라일, 골드만삭스, 웨스트브룩, AIG 등 5개 펀드에 2천148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하면서 유독 론스타만 고발해 투기자본 옥석 가리기라는 말도 나왔다. 고발 대상은 한국 투자를 총괄한 스티븐 리(한국명 이정환ㆍ36)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전직 임원 4명,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와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등 국내 론스타 자회사 2곳과 14개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 등이다. 검찰 압수수색은 외형상 국세청 고발 내용만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방대한 자료를 확보한 배경에는 논란의 핵심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티븐 리 전 대표는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다음날인 작년 4월13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5월1일 입국해 사흘간 국내에 머물다 다시 출국했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을 접수한 후 바로 스티븐 리씨를 입국시 통보 조치했고 이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범죄인인도청구를 통해서라도 스티븐 리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법적 절차를 밟는 데만 몇 달의 시간이 걸린다. 론스타가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도 눈에보이지 않는 걸림돌이다. 더욱이 범죄인인도청구를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이 들지 않을 경우 신병을 요청국에 넘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국 수사당국의 판단도 넘어야할 장애다.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된 헤르메스 전 펀드매니저 로버트 클레멘츠씨도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검찰은 해외 자본으로는 처음으로 헤르메스 펀드를 벌금 73억원에 기소했고, 이 사건은 법원의 직권으로 정식 재판이 청구됐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기업과 부동산 등 유무형 자산을 무더기로 사고 파는 과정에서 탈세, 국부 유출 논란이 벌어졌지만 외자 유치 명목 아래 사실상 조세권과 형사 사법권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이 투기자본을 질타하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뒤늦게 수사의 칼을 뽑아들고 압수수색을 포함한 초강수를 들고 나왔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옮겨다니면서 범죄를 저지르는데 수사는 국내라는 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외국계 펀드 수사도 정당한 형사사법권 발동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