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학생과 노동계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새 고용정책을 철회하지 않자 4월 4일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를 또 벌이기로 했다. 학생및 노조 대표들은 29일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의 직권을 동원해 최초고용계약(CPE)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노동계는 시라크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CPE를 철회하고 CPE가 포함된 기회균등법을 의회에서 재심의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설 때가 됐다는 주장이 언론에서도 제기되는 가운데 시라크 대통령이 수일내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정부는 CPE를 일단 시행하되 보완하자는 종전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아 학생.노동계와 정부간 팽팽한 대결이 지속되고 있다. 빌팽 총리는 청년실업 해결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CPE 개선을 위한 논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고용주가 26세 미만 직원을 채용한 뒤 첫 2년간 사유 설명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CPE 조항에서 시험 채용 기간을 줄이고 사유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빌팽 총리는 그러나 CPE를 우선 철회하겠다는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빌팽 총리의 지지율은 29%로 곤두박질치며 CPE도입 이래 지속된 하강 국면을 이어갔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내부에서도 빌팽의 강경론을 비판하는 의견이 세를 얻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각 고등학교에 학생들의 수업 방해가 있을 경우 필요하면 경찰을 부르는 등 강력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420개 고교중 거의 10%가 폐쇄되거나 파행 운영되고 있다. 한편 CPE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위원회의 판결이 30일 나온다. 사회당이 제기한 위헌심판 소송에서 헌법위는 CPE를 규정한 기회균등법 8조가 헌법에 위배되는 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위헌 판결이 나올 경우 CPE를 주도한 빌팽 총리에게는 모욕이 되겠지만 정부가 신속히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된다. 학생 조직 대표인 브뤼노 쥘리아르는 AP통신에 헌법위가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합헌으로 결정되면 시라크 대통령이 9일안에 기회균등법을 공포할 수 있다. 이 법은 지난 9일 의회에서 이미 통과됐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