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해외 순방길에 오른 앙겔라 메르켈 신임 독일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이라크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에 이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23일 야토 데 후프 스헤페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회담 후 앞으로도 계속 이라크 영토 안에서 이라크 군을 훈련시키는 데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전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금처럼 중동지역 내 다른 나라들에서 그런 훈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 시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해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은 독일은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구를 거절했으며, 다만 이라크 밖에서 이라크 경찰 및 군대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과 독일의 관계가 더 개선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악화된 양국 관계의 개선 의지를 밝히고, 나토 26개 회원국들이 이라크전쟁에 대해 서로 이견을 갖고 있지만 이제 공통의 정치적인 목표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토는 회원국들이 정치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첫 번째로 찾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프랑스 파리를 선택, 엘리제궁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졌다. 메르켈 총리은 첫 방문지로 파리를 선택한 데 대해 "친밀하고 깊이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좋은 관계가 두 나라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필수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깊은 신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슈뢰더 전총리와 시라크 대통령이 2001년 시작한 정례적인 양국 정상간 비공식 회담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며 시라크 대통령에게 12월 초 독일을 방문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 회원국들간에 논란을 빚고 있는 예산안 배분과 터키의 정식 회원국 승인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간부들과 회동한 뒤 24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블레어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아직 구체적인 날짜가 잡히지 않았지만 곧 미국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브뤼셀 AP=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