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사망자가 2천명을 넘어선 것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대대적인 반전시위가 벌어지고 이라크전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반전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내 반전 운동가들은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가 2천명을 넘어섬에 따라 26일 뉴욕으로부터 하와이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 300여곳에서 추도식과 촛불집회 등을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은 `반전 엄마' 신디 시핸은 이날 당초 약속대로 미군 사망자가 2천명을 넘어선데 항의해 백악관 담에 몸을 묶고 항위시위를 벌일 계획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핸은 "내 아들이 615번째인가로 죽은 뒤 평화를 위해 그렇게도 열성적으로 애써왔건만 그 이후로도 거의 1천400명이 더 희생됐다"며 "첫번째 사망자 이후 하나 하나가 나로서는 비극적이고, 불필요하고, 없어도 될 희생이었다"고 개탄했다. 반전운동가들은 26일 백악관 밖에서 촛불시위도 벌일 예정이다. 또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와 록펠러광장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오클라호마, 하와이 등 미국 곳곳에서 촛불시위와 기도회, 추모행사 등이 잇따른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2차대전 기념행사에 맞춰 이라크 미군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행사가 29일부터 1주일간 열린다.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이라크전 사망 미군들을 기리기 위한 묵념을 올릴 것을 의원들에게 제의했다. 미군 사망자 2천명 돌파를 계기로 이라크전 중단을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2천번의 장례식과 성조기에 덮인 2천개의 관, 미국은 이 용감한 병사들을 애도한다"며 "미국 지도자들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2천배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이라크 주둔 미군들은 진전이 있다는 대통령의 입에 발린 말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며 "그들은 존엄하고 명예롭게 귀국할 수 있도록 폭력을 끝내고, 이라크를 안정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계획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반전시위를 주도 중인 아메리칸 프렌즈 서비스위원회란 단체는 성명을 통해 미 의회에 이라크전에 대한 예산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 의회는 9.11 이후 이달초까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복구 비용 등으로 총 3천610억달러의 예산을 승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높아지는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근교 볼링공군기지에서 열린 군장교 부인단과의 오찬에서 이라크의 안정을 이루기까지 미국인들은 더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해 이라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제임스 카라파노 군사전문가는 부시 대통령과 의회가 이라크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2008년까지 이런 논쟁이 계속되겠지만 그 때까지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