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후임에 벤 버난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51)을 지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그린스펀 의장과 버난케 지명자가 참석한 가운데 내년 1월말로 임기를 마감하는 그린스펀 의장의 후임에 버난케 의장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오랫동안 미국 경제를 이끌어온 그린스펀 의장의 업적을 치하하고 버난케 지명자가 그의 뒤를 이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상원에 조속한 인준을 촉구했다. 버난케 지명자는 부시 대통령의 지명 발표가 있은뒤 "인준을 받는다면 그린스펀 시대에 세워진 정책 및 정책전략들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FRB의 동료들과 협력해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번영과 안정을 담보하도록 지원하는데 권한 안에서의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버난케 지명자는 지난 6월 백악관에 들어오기 전까지 FRB 이사를 지낸데다 물가 등 일부 문제를 제외하고는 그린스펀 의장과 대부분의 정책적 견해를 같이 해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 미국 경제를 큰 동요없이 이끌어갈 적임자로 거론돼 왔다. 버난케 지명자는 특히 그린스펀 의장과 같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거쳐 FRB 의장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51세인 버난케 지명자는 하버드대와 MIT에서 공부한뒤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내다 부시 대통령에 의해 2002년 8월 FRB 이사로 임명됐다. 버난케 지명자는 지난 6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FRB에서 일하는 동안 그린스펀 의장과 대부분의 정책적 견해를 같이 해 그의 연설은 그린스펀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곤 했다. 그의 지명 소식이 전해진뒤 미국 증시는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버난케 지명자는 그린스펀 의장과는 달리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물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정책 방향의 변화 가능성도 일각에서 점쳐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버난케 지명을 발표하면서 그린스펀 의장이 증시 폭락과 아시아 및 중남미 금융위기, 두차례의 경기침체, 9.11사태 등 굴곡 속에서도 20년 가까이 미국 경제를 훌륭하게 이끌어왔다고 치하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부시 대통령이 "탁월한 지명"을 했다며 버난케 지명자가 학식이 뛰어난데다 경제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버난케 지명과 뒤이을 인준절차는 해리엇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 논란과 이른바 '리크 게이트'를 둘러싼 의혹 등 당면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버난케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 6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에 오르기 전 이미 인준절차를 거쳐 돌발변수가 없는 한 인준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언론은 관측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