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선거가 점화되면서 정치권이 부정선거 공방으로 시끄럽다. 곳곳에서 선거인 명의를 무더기로 도용해 부재자 신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야 모두 상대당이 부재자 투표 신고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고 비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발단은 개정된 선거법이 거소투표를 가능케 한 데서 비롯됐다. 말그대로 집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자꾸만 떨어지는 투표율을 올려보자는 취지였다. 선거당일 투표를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우편 또는 인편으로 부재자 투표 신청을 하고 집에서 투표하게 하면 투표율 제고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여러 곳에서 한 사람이 많게는 수백장의 부재자 신고서를 대리 신청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선거법이 우편 또는 인편으로 접수토록 한 부분을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다. 자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 투표할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의 신청서를 대거 대리로 접수시킨 것이다. 여기까지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지만 개중에 자신도 모르게 부재자 투표 신청서가 접수된 경우가 문제다.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심지어 부재자 신고를 접수한 일부 읍ㆍ면ㆍ동사무소에서 무더기로 대리 제출한 사람의 신원조차 파악해두지 않는 등 허술한 관리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런 웃기는 선거법이 다 있느냐"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거소투표를 할 경우 실제 본인이 직접 투표를 했는지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재자 신고때 이미 부정이 행해졌다는 사실은 투표과정에서의 부정 가능성도 높여주는 것으로 만에 하나 누군가에 의해 대리투표가 이뤄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의 책임은 다름아닌 여야 정치인들에게 있다. 선거법을 만든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의욕만 앞세우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는 4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정치에 식상해 있는 우리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더 깊어지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