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군과 미군은 13일 이라크 헌법안 국민투표를 이틀 앞두고 저항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최고의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이라크 과도정부는 이날부터 나흘 간을 공휴일로 선포해 관공서와 학교가 문을 닫았다. 이라크 전역에서는 이날부터 오후 10시를 기해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되고, 바그다드공항이 폐쇄됐다. 14일부터는 모든 국경 검문소가 봉쇄되고, 차량폭탄 공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 18개 주(州) 간의 차량통행도 통제된다. 이라크 군과 미군은 전국 6천여곳의 투표소 주변에 콘크리트 보안장벽을 세우는 등 저항세력의 투표소 공격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을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투표를 무산시키려는 저항세력의 공격은 이어졌다. 이날 아침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미군 차량 행렬을 노린 도로매설 폭탄이 터져 이라크인 2명이 죽고 1명이 다쳤다고 이라크 경찰이 밝혔다. 또 쿠르드족과 아랍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키르쿠크에서 차량폭탄이 터져 이라크 경찰관 2명이 죽고 2명이 부상했으며, 티크리트에서는 투표소로 사용될 학교 3곳이 사제폭탄 공격을 받았으나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저항세력이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의지를 꺾기 위해 공세를 강화한 지난 18일 간 이라크 전역에서 최소 442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미군 당국은 투표를 앞두고 101공정사단 등이 복귀해 이라크에는 현재 15만6천여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부 그라이브 등 미군이 관리하는 수용소에 저항공격 혐의로 감금돼 있는 수 천 명의 이라크인들이 헌법안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그가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은 헌법안 투표가 끝난 후인 19일부터 집권 중 저지른 각종 반인륜 범죄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수니파의 반대로 헌법안 부결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수니파 무슬림학자협회는 헌법안 지지 쪽으로 돌아선 수니파 이라크이슬람당에 지지입장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무슬림학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헌법안은 이라크를 분열시키고 정체성을 파괴할 것"이라며 모든 수니파 무슬림은 헌법안에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18개 주 가운데 3개 주 이상의 투표자 3분의 2 이상이 반대하면 헌법안은 부결되는데, 현재 수니파는 인구분포 면에서 중서북부의 4개 주를 장악해 수니파가 힘을 모을 경우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우려해 현 집권세력인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헌법안 통과 후 수니파가 문제삼고 있는 연방제 조항 등을 개정키로 하고 이라크이슬람당의 지지를 약속받았지만 이 정당 지지세력이 많지 않아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헌법안이 부결되면 저항세력이 힘을 얻으면서 전후 혼란상이 심화돼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이라크 탈출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