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 삼성경제연 수석연구원 > 현재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대기업 수는 감소했으나 중소기업은 창업, 분사, 아웃소싱 등에 힘입어 2002년에는 약 11만개사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속내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은 평균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시현한 반면, 매출 1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들은 평균 -10% 이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기업 안에서도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실적이 부진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대안으로 M&A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소기업 M&A의 특성을 살펴보면, M&A는 적자기업이 손익을 개선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기업 중에서 M&A 직전연도에 적자를 기록했던 기업은 전체의 약 40%에 달하는데, 이들 적자기업은 M&A를 통해 손익이 평균 19.5% 개선됐고, 흑자기업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따라서 기업의 퇴출과 회생을 용이하게 한다는 M&A의 애초 목적은 웬만큼 달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M&A가 기업 성장에도 도움을 주는 전략방안으로 돼야 할 터인데, 과연 M&A가 기업성장의 한 전략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국내 중소기업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았다. 응답자의 82.3%가 M&A를 경쟁력 확보의 수단으로 인식했고, 43%가 매물 기업 중 구매 가치가 있는 기업들이 충분히 있음을 인정하고 있어,많은 기업이 M&A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M&A를 실제로 실행한 다음 효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 중 36.6%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응답한 반면, '효과가 기대 이하'라고 말하거나 '결과적으로 손해'라고 답변한 응답자가 각각 29.9% 18.7%를 차지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M&A의 가장 큰 장애요인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피인수 기업의 회계자료를 믿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흔히 생각하는 제도의 미비나 가격협상, 종업원 승계 등의 문제보다도 경영 투명성이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지적됐다는 사실은, 이제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영투명성 제고가 매우 필요해졌음을 뜻한다. 중소기업의 투명성 제고는 중소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과 자원이 모자란 데 투명성 요구까지 한다면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해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은행, 증권사, 창투사, CRC, PEF 등 금융회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코스닥 등록기업에 대해서는 적대적 M&A의 활성화, 퇴출기준 견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활용을 통해 정보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기업공시를 철저히 감독하고,적대적 M&A가 불투명한 기업에 대해 위협이 되도록 하여 기업이 투명성 제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한편 비등록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구조조정회사 벤처캐피털 및 은행의 정보 생성ㆍ유통 역할을 강화해야 하겠고, 특히 은행을 중소기업의 M&A 중개자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위의 노력도 중소벤처업계의 자정 노력이 없다면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실 벤처ㆍ중소기업이 M&A를 통해 성장하기 위한 선결요건은 사회의 신뢰회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량 벤처ㆍ중소기업이 자금조달이나 M&A가 어려운 이유는 이들 업계가 과거 몇몇 비리사례로 인해 사회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현재 진행되는 벤처ㆍ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또 다른 모럴 해저드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