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서 휠체어를 탄 아버지와 그 아들이 의원 1명을 비롯한 승객과 승무원 등 24명이 탑승한 여객기를 납치했으나 수도 보고타에 착륙한 후 4시여만에 모든 승객들을 석방했다고 콜롬비아 당국이 12일 밝혔다. 콜롬비아 유력 일간지 엘 티엠포 인터넷판에 따르면 콜롬비아 아이레스 항공사 소속 HK4030 여객기는 수류탄을 소지했다고 주장하는 괴한 2명에 의해 납치됐으며, 보고타 착륙 4시간만에 승객 20명 전원이 풀려났다. 그러나 휠체어를 탄 아버지와 그 아들인 납치범 2명은 가톨릭 신부를 포함한 정부측 협상대표 3명 그리고 여객기 조종사 2명과 함께 아직 여객기 안에 남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승객 석방을 위한 협상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휠체어를 탄 아버지는 포르피리오 라미레스(42), 그 아들은 부신하우에르 라미레스(23)로 신원이 밝혀졌다. 이들 부자는 콜롬비아내 불법 무장단체에 소속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평범한 시민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방경찰 당국이 밝혔다. 이날 아이레스 항공 여객기는 낮 12시35분께 콜롬비아 남부 카케타주(州) 플로렌시아시(市) 카탐 공군기지에서 수도 보고타를 향해 비행을 시작할 시점 이들에 의해 납치됐으며, 보고타 시내 엘 도라도 공항 인근 군 비행장에 비상착륙했다. 납치된 승객들 중 한 명은 카라콜 라디오 방송과 회견에서 납치범들이 폭발물을 소지했다는 점을 시사했으나 폭발물이나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승객은 또 "그들은 우리들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단지 여승무원들에게 우리들을 비행기 뒤편으로 가라고만 지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콜롬비아 공군 당국은 피랍기가 보고타에 비상착륙후 20명의 승객들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9명의 승객이 풀려났으며, 납치범들은 카케타주 여성 국회의원 루이스 안토니오 세라노 모랄레스 의원과 그 보좌관 등 나머지 승객과 승무원들을 계속 인질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가르 레스메스 공군 참모총장은 RCN TV방송과 회견에서 납치범들이 인권단체 대표, 성직자, 콜롬비아 연방검찰청 대표 등과 협상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은 여객기 피랍 소식을 접하고 예정된 칼리 지역 방문을 취소하고 보고타로 돌아왔다고 엘 티엠포는 전했다. 앞서 2002년 2월에도 아이레스 항공 여객기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의해 납치된 적이 있다. 당시 납치된 호르헤 에두아르도 헤첸 상원의원은 아직도 FARC에 인질로 잡혀 있다.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전(前) 대통령 시절 벌어진 이 일로 FARC와 콜롬비아 정부간 협상은 중단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