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속개될 제4차 6자회담을 앞두고 이번 주 핵심관련국 간의 `협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지난 회담에서 공동합의문 타결의 걸림돌이 됐던 주요 쟁점 들의 가닥이 잡힐 지 주목된다. 지난 13일간 회담에서의 쟁점은 북한 핵폐기의 범위, 평화적 핵이용권 허용 여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협정 문제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핵심 당사국간 견해차가 커 접점을 찾지 못했고, 속개될 회담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 행정부의 대북 인권특사 임명 발표도 북한이 매우 `예민해'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향후 속개될 회담에서 새로운 장애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이번 주에는 워싱턴에서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 채널간 긴밀한 협의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 미국과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간의 25일 워싱턴 회담,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의 러시아와 일본 방문을 통한 양자회담 등 집중적인 `장외' 협의가 예상된다. 또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주 미ㆍ중 접촉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 뉴욕채널을 통한 북미 접촉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돼 속개될 회담을 앞두고 핵심쟁점 이견 좁히기가 본격적으로 시도될 전망이다. 쟁점별로 핵심 당사국간 입장을 정리해본다. ◇ 북핵폐기의 범위 = 단연 최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 장관도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 연합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핵폐기의 범위가 6자회담의 가장 중요한 이슈"이며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는 그 다음 얘기"라고 말했다. 북핵폐기 범위와 관련해 한미 양국의 의견은 거의 동일하다. 지난 4차회담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 우리 정부는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이라고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 및 핵무기 계획"을 폐기대상으로 내세웠고, 이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회담 내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평화적 핵이용도 언제든 핵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며 폐기대상을 핵무기와 핵무기 계획으로 한정하는 것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것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속개될 회담에서도 어느 한 쪽이 `결단'하지 않고서는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 관점에 따라 입장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접점도출의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아 보이는 쟁점이다.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권이 주권국가의 응당한 권리라는 점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의 배경에는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권리인 데도 미국이 이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는 것은 자국을 정상국가로 보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미국은 현 시점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평화적 핵 이용권을 허용하면 자신들이 내세웠던 북핵 해결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 가운데 첫 번째인 `C'가 흔들리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을 준수한다면 그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구축될 것이고 그 때가서 북한이 평화적 핵이용권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평화적 핵이용권은 경수로 등의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는 것으로, NPT에 규정돼 있는 사항이기는 해도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그리고 흑연감속로는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지난 4차회담에서 북한이 경수로 제공을 요구한 적이 없고 단지 경수로 이용 권리를 달라고 했으며 짓다 만 신포 경수로를 다시 지어달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반 장관은 평화적 핵이용과 관련한 한미간 이견 여부에 대해 "한미간에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이걸 이견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조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 대북 인권특사 임명과 6자회담 연관성 = 조지 부시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를 임명했다. 대북 인권법 통과에 따른 후속절차로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라는 게 미 행정부의 설명이다. 작년 10월 관련법이 발효돼 그 후 6개월 이내에 특사를 임명해야 했지만 6자회담을 고려해 미뤄오다가 이제야 단행한 것으로 북한을 자극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힐 차관보도 지난 4차회담에서 미국이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특정 나라를 공격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선 보편적인 국제기준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북한측에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17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는 "인권문제 때문에 6자회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자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향후 반응이 주목된다. 사실 대북 인권특사 임명은 6자회담이 무산될 경우 인권문제라는 강하게 제기하겠다는 압박으로 비칠 수도 있어, 4차 6자회담 속개되면 걸림돌이 되거나 속개시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 평화협정 의제될까 = 6자회담의 핵심현안은 북핵문제 해결이고 이게 선행돼야 평화체제 구축논의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평화협정 체결문제는 현재로선 `먼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강하게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논의할 용의는 있다고 입장이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17일 CSIS 연설에서 4차회담 개막을 전후로 북미를 포함해 관련국 간에 논의가 있었으며 6자회담은 그 성격상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적절한 틀이 아닌 만큼 추후 핵문제가 해결되면 별도의 회담 틀을 만들어 협의하자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의 골치아픈 문제가 뒤따른다는 이유로 그간 평화협정 거론을 꺼려왔던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 자체가 종전과는 다른 `입장변화'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6.25 전쟁이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으로 종결된 이후 반세기가 넘게 " 정전협정은 평화를 보장할 수 없는 빈 종잇장"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 서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새로운 평화 보장체제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힐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이 속개될 회담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반 장관은 그러나 "평화협정은 핵문제가 풀린 이후 관련국간 적절한 포럼을 만들어 논의할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적어도 6자회담의 의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