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뚜렷한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줄곧 '아래쪽(환율 하락)'을 염두에 두고 달러를 내다팔던 기업들이 '위쪽(환율 상승)'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일 1031원50전을 기록,5개월여 만에 1030원대에 올라선 것도 이런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 수출업체들은 달러가 들어오는 족족 외환시장에 쏟아냈다. 반면 정유사 등 수입업체들은 수입대금 결제용 달러 매수를 가급적 늦춰왔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한때 세자릿수로 떨어진 것도 이런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헌법 부결을 계기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 등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을 가로막았던 국내 외환시장의 일방적인 달러 공급우위 상황도 최근들어 수그러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수지는 6월에도 27억달러 흑자를 내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지만 작년 한때 39억달러에 달했던 월별 경상수지 흑자폭이 2월 이후 15억달러 미만으로 크게 줄었다. 정미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심리가 서서히 약화되고 있어 환율은 당분간 오름세를 탈 것"이라며 "기업들도 환율 상승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