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으로 귀결된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딥 스로트(Deep Throat)'로 알려진 익명의 소식통은 마크 펠트(91)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31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확인했다. 이에앞서 배너티 페어는 펠트가 30여년간의 침묵을 깨고 자신이 '딥 스로트'임을 밝혔다고 보도했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지난 1972년6월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비밀공작반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전국위원회 본부 사무실에 무단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고 관계자들이 체포된 사건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워싱턴 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보도 내용을 사실로 확인하고 "펠트는 워터게이트 사건 취재에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면서 "그러나 다른 많은 소식통들과 관리들도 수백건의 관련 기사에서 우리를 도왔다"고 말했다. 앞서 두 기자와 벤저민 브래들리 전 편집국장은 소식통이 죽을 때까지 그의 신원을 밝히지 않기로 한 원칙을 내세워 사실을 밝히길 꺼리다 잡지 보도에 이어 가족들까지 성명을 통해 시인하자 침묵을 깨기로 결정했다고 포스트는 밝혔다. 펠트는 닉슨 전 대통령이 재임중이던 지난 1970년대초 FBI의 부국장을 역임했으며, 닉슨 전 대통령은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자신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일자 사임했다 우드워드는 펠트가 백악관과 FBI가 긴장 관계에 있던 시점에 포스트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고, 펠트의 후원자였던 에드거 후버 전 FBI 국장이 사망한 직후 워터게이트 침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펠트와 다른 관리들은 후버의 뒤를 이어 FBI의 베테랑이 그 뒤를 잇길 바라고 있었고, 펠트 자신도 차기 FBI 국장이 되려는 희망을 갖고 있었으나 닉슨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 패트릭 그레이 법무부 차관보를 임명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브래들리 전 편집국장은 펠트가 FBI의 '넘버 투맨'이라는 점에서 정보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변호사이며 펠트 전 부국장의 친구인 존 D. 오코너가 배니티 페어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펠트는 처음에는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것이 어느 정도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펠트는 언젠가 자신의 아들인 마크 펠트 주니어에게 "(딥 스로트가 되는 것이)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보를 누구에게든 흘리면 안된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나 펠트의 손자인 닉 존스가 읽은 가족 성명은 "가족들은 나의 할아버지인 마크 펠트 시니어가 그의 나라를 끔찍한 부정에서 구하기 위해 큰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의무 이상의 일을 한 위대한 미국의 영웅이라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모두 이 나라가 그를 역시 그런 식으로 보기를 진지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할아버지는 친구인 우드워드 기자와 함께 딥 스로트의 역할을 한 것이 명예롭게 존중받고 있는 데 대해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로자에 살고 있는 펠트는 지난 1999년에는 자신이 문제의 소식통이라는 사실을 부인했었으나 지난 2002년 한 친구에게 자신이 딥 스로트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초 유명한 포르노영화의 제목인 '딥 스로트'의 이름을 딴 이 소식통의 존재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이 쓴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이라는 책에서 처음 나타났다. 한편 지금까지 딥 스로트일 것으로 추측됐던 인물들 중에는 닉슨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알렉산더 헤이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중앙정보국(CIA) 관리들이었던 코드 마이어 및 윌리엄 콜비, FBI의 고위직에 있던 패트릭 그레이, 찰스 베이츠, 로버트 쿤켈, 닉슨의 보좌관이었던 데이비드 거겐 등이 포함돼 있다. 거겐은 "펠트가 마침내 가면을 벗어버려 기쁘다"면서 "나는 항상 그 인물이 수사기록에 접근할 수 있고 (닉슨에 불리한 정보를 흘릴) 동기를 가진 인물일 것으로 생각해왔으며, 펠트는 분명히 수사기록에 접근할 수 있었으니 문제는 동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