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영통신업체의 사업에 국제입찰하기 위해 로비스트를 활용했던 국내 벤처회사가 와히드 대통령의 실각 등으로 로비가무산되자 로비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9부(김수형 부장판사)는 4일 유명 통신업체 사내 벤처회사 대표이사 김모(48)씨가 로비스트 오모씨의 여자친구 K씨(30.여)씨와 K씨 동생을 상대로낸 10억원의 약정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2001년 2월 인도네시아 국영통신업체인 PT텔레콤이 실시하는 원격접속서버 설치공사 프로젝트에 입찰했다가 현지교민으로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할때 정부관리들에게 돈을 안주면 성사가 안된다'는 말을 듣고 와히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오모씨에게 로비자금 9억5천만원을 건넸다. 오씨 아버지는 와히드 대통령의 바그다드 유학시절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 사이로 와히드는 오씨를 양아들처럼 대하면서 대통령궁에서 3개월여간 생활하게 하는 등친한 사이라 오씨 역시 정부 관료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돈을 건넨지 1주일만에 인도네시아 정국불안으로 와히드 대통령이 실각하고 정보통신관료들이 경질돼 로비가 무산되자 김씨는 오씨를 사기죄로 고소, 오씨가 검찰에 긴급체포됐고 오씨 여자친구인 K씨가 "10억원을 돌려줄테니 합의하자"고해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K씨가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던 부동산이 남의 건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김씨는 합의를 취소하고 오씨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뒤 K씨를 상대로 10억원 반환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들과의 합의를 취소했으므로 더이상 10억원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며 "설령 합의가 유효하다 해도 오씨가 인도네시아 정국 때문에 로비에실패한 것일 뿐 로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판에서 사기 혐의에 대한무죄가 확정됐으므로 당시 합의는 중요한 착오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 효력을 인정할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