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 4위인 부산 대선주조의 경영권을 둘러싼 대선주조와 무학간 분쟁이 '롯데햄우유 신준호 부회장과 무학'간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8일 대선주조를 인수한 신준호 롯데햄우유 부회장측이 현 이사진을 그대로 인정하자 무학측이 18일 법원 판결을 근거로 이사진을 무학측 사람들로 모두 교체했기 때문이다. 대주주와 이사진이 적대관계에 있는 말 그대로 '한지붕 두가족'인 회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대선주조 경영진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기 직전 이사회를 열어 임시주총을 결의, 대선 경영권 분쟁은 롯데햄우유와 무학간 분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 대선주조와 무학간 경영권 분쟁 신 부회장과 무학간 경영권 분쟁은 4년 전 대선과 무학간의 싸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부도와 98년 화의신청 등으로 위기를 맞은 대선주조를 롯데가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무학은 지역 소주시장을 지킨다며 2002년 하반기 대선주조 주식 41.2%를 매집했다. 하지만 2003년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을 이유로 20.86%를 되팔라는 명령을 내리자 지분은 20.35%로 떨어졌다. 지분확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무학은 계열사에 대한 지급 보증 등을 들어 지난 4월 부산지방법원에 '이사 해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대선주조의 전 대주주 최병석씨 등 전ㆍ현직 임원 8명은 회사에 1천7백여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무학은 이를 근거로 이번에 조용학 대선주조 대표 등 이사 5명의 직무 집행을 정지시키는 법원 결정을 받았고 18일 무학측 이사진 5명을 승인받아 파견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롯데햄우유의 신 부회장은 대선주조 주식 50.79%를 인수, 경영권을 장악하는 듯했다. 무학측은 신 부회장과 대선주조의 사주가 사돈 관계임을 들어 위장매각설을 제기하고 있다. 무학측은 새 이사진을 통해 주식 위장매각 여부 등을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 회사 노조, 신임 이사진 출근 저지 이날 조용학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새 이사진이 경영권다툼 당사자인 무학 출신으로 중립적이지 않아 바꿔줄 것을 법원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주주들이 회사에 임시주총을 요청하더라도 무학측 이사진들이 반대하면 열 수가 없고 법원에 주총 소집을 신청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법원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대선주조의 노조도 새 이사진에 반대했다. 신임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김용정씨 등은 정문을 봉쇄한 노조와 직원들의 저지로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선주조 장승환 노조위원장은 "법원의 일방적인 결정만으로 회사 운명을 결정할 경영진을 바꿀 수 없다"며 "조합원들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신임 직무대행 이사진의 출근을 저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부산 가꾸기 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선주조의 적대적 M&A 과정에서 이번 법원의 결정은 회사 정상화에 혼란만 야기한다"며 "직무대행 이사진을 재선임하라"고 요구했다. 고기완ㆍ김태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