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들이 잇달아 사명을 변경하고 있다. 올 들어 21일까지 이름을 바꿨거나 변경 예정인 곳은 27개사. 이들 업체는 회사명을 주력 제품 및 사업과 일치시킴으로써 대외적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굴뚝기업'으로 불리는 제조업체들은 이미지 변신용으로 사명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반도체 세정가스 전문업체인 대백신소재는 최근 소디프신소재로 명찰을 바꿔 달았다. 소디프는 영어 'so different'(매우 다른)의 약자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바꿨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올 초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김치 등 식품제조 업체인 아진도 사명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이름을 '새롭게 돋아난다'는 의미의 순우리말인 '도들샘'으로 확정한 상태다. 한국전지는 주력 제품을 아예 이름으로 채택한 케이스다. 유명한 차배터리 제품인 '아트라스'를 회사이름으로 정했다. 캐드랜드도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함에 따라 컴퓨터를 이용한 건축설계를 뜻하는 용어인 'CAD(Computer Aided Design)'에서 '앞서간다'는 의미의 '선도소프트'로 이름을 바꿨다.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새 이름표를 내건 곳도 적지 않다. 별정 통신업체인 새롬기술은 적자 기업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천하제일이란 의미의 '솔본'으로 거듭났다. 통신장비 업체인 에어로텔레콤은 실적 부진 등을 씻어내기 위해 KTT텔레콤으로 간판을 갈았다. KT(한국통신)와 혼동되기도 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이 좋지 않았던 서두인칩도 카메라폰 모듈개발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면서 사명을 '우리 함께 만들어요'라는 의미를 담은 '매커스'(make it with us)로 바꿨다. 사명변경에 대한 시각은 갈린다. 정상적 경영활동이 이뤄져온 곳들은 이미지 개선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펀더멘털(실적 등 기업 기초체력)이 좋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만 바꾼 곳에 대해선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경영상황 악화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회사명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면서 "첨단의미를 담은 영문 회사명에 현혹돼서 투자판단을 그르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