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이 예상됐던 국민은행의 정기 주주총회가 별 탈 없이 끝났다. 옛 국민은행 노조측이 김정태 행장을 공격하고 나섰으나 상당수 소액주주들이 김 행장을 엄호(?)한 덕분이었다. 국민은행은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본점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은행장추천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정관 변경안과 사외이사 교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의 안건을 1시간20여분 만에 결의했다. 주총에 첫 안건이 상정되자 전날 기자회견에서 경영진 문책을 주장했던 이낙원 옛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이에 김 행장은 "오늘은 노조위원장으로서의 발언을 자제해 달라"며 묵살해 일시 소란이 빚어졌다. 그러나 곧이어 상당수의 소액주주들이 "노사문제는 이 곳에서 논하지 말라"며 김 행장 의견에 동조, 이내 소란은 진정됐다. 김 행장은 이 위원장에게 훈계조로 "오늘은 임직원 모두가 지난 1년의 경영 실적이 악화된데 대해 사죄를 드리는 자리"라고 말하고 "노조위원장도 직원의 대표인 만큼 본인과 함께 앞으로 나오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작년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후진을 위해 용퇴할 의사가 있느냐"고 따진 뒤 노조와 공동으로 경영 성과를 분석하고 공동 의식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주총에서 행추위를 신설, 차기 행장을 중장기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신설한 행추위는 사외이사와 주주대표로 구성되며 향후 1∼2년간 은행 안팎에서 추천된 후보군을 대상으로 상시 평가 활동을 벌여 단수 또는 복수의 최종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편 이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싱가포르의 테마섹홀딩스가 국민은행의 지분 소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