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지도자 테러살해 사건으로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간 갈등의 불똥이 이라크쪽으로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군 주도의 연합군 임시행정처(CPA)는 22일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단체 하마스의 창설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피살된 직후 이라크내 저항세력의 동조테러 가능성에 대비한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현지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전후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을 형성해 온것으로 추정되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원들이 이스라엘과 입장을 같이하는 미국을 상대로 집중적인 보복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소식통은 "야신은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전체 아랍권,특히 수니 무슬림들의 존경을 받아왔다"면서 아랍인들은 대체로 이번 사건에 미국이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각은 이번 테러공격에 대한 미국의 미온적인 입장과도 무관치 않다. 테러사건이 발생할 경우 강도높게 비난해 오던 미국은 휠체어에 의지해 겨우 움직이는 하반신 불수의 노쇠한 팔레스타인 지도자에게 이스라엘의 무장헬기가 미사일을 3발이나 쏘아댔지만 양측이 자제력을 보이고 평정(平靜)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다소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측의 테러행위에대한 비난을 피한 채 "이스라엘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모든 당사자들이 평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도 NBC-TV와의 회견에서 "하마스는 테러단체이고, 지도자인 야신도 직접 테러 계획에 관여한 것으로 믿는다"며 사실상 이스라엘 정부의 테러살해 행위를 옹호해 아랍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소식통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야신에 대한 표적암살 성공이 양국이 테러와의전쟁이라고 부르는 싸움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하겠지만 이라크는 이제 이스라엘편만 드는 미국을 응징하려는 무자헤딘(戰士)들의 무대가 될 공산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이라크내로 유입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미군과 미군의 협력자들을 상대로 야신 피살에 따른 보복공격에 나설 경우 올 6월 말로 예정된 주권이양을 비롯한 이라크전후의 안정화 작업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바그다드=연합뉴스) 박세진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