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무장봉기를 주도한 반군이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축출 이틀만인 2일 권력장악을 사실상 선언함으로써미국과 충돌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국은 반군 세력에 대해 무기를 내려놓고 정상 생활로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일부 정치인과 반군 세력 간 결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 정치세력의거국 내각 구성을 통한 과도정부 수립 일정도 불투명하다. 이날 미셸 알리오-마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파견된 프랑스군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 프랑스군은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체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서 아리스티드 망명 과정과 관련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아이티 국내상황=반군 지도자 기 필립 전(前) 카프아이시앵 경찰서장은 2일 "아이티는 이젠 내 손안에 있다"며 자신이 아이티의 "새 군 사령관"이라고 선언했다. 필립 전 서장은 이날 `라디오 시그날 FM' 방송을 통해 이 같이 밝히고 아리스티드측근인 이봉 넵튄 총리 체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넵튄 총리는 부패혐의로 처벌될 것이라고 필립은 덧붙였다. 특히 필립은 이날 경찰 고위간부 20명에 대해 자신과 회담을 하자고 일방적으로소환 명령을 내리면서, 그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필립은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 임시 대통령 보니파스 알렉상드르 대법원장의 지시를 따를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국제사회의압력에도 불구하고 무장을 해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 90년대초 군사독재 당시 아리스티드 지지자 수천명을 학살한 혐의로 망명상태에서 종신형이 선고된 육군상사 출신 루이 조델 샹블랭(42)은 아리스티드 세력 거점지에 대한 순찰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넵튄 총리의 소재지는 즉각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혹은프랑스 해병대가 그를 보호하려고 시도할 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넵튄은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이끈 라발라스 당의 고위급 간부이자 아리스티드 정부 대변인을 역임한 인물이다. 수도 프랭스프랭스는 이날도 산발적으로 약탈과 함께 `처단 형식'의 살해 행위가 계속됐다. 아리스티드 지지세력이 만든 바리케이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시내 도로에는 최소한 1구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10살 미만의 소년으로 보이는 이 시신은 상점 주변에서 발견돼 약탈행위 과정에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아이티의 정치권과 반군 세력은 자신이 미군에게 납치됐다는 아리스티드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공개적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반군 해산 요구=미국은 반군 지도부가 수도 입성에 이어 바로 권력공백상황을 이용하려 하자 반군은 무기를 내려놓고 가정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아리스티드 축출 후 지도자 선출을 위한 정치적 과정에 반군은 "아무런 역할이 없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반군은 무기를 내려놓고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필립의 `군 사령관' 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분명히했다. 또 로저 노리에가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그는 하층민 일부를 제외하고는 어느 것도 통제하고 있지 않다"면서 국제군 배치가 강화되면 필립의 역할은 점점 중심에서 멀어질 것이고 필립 자신도 또한 아이티 상황에서 슬쩍 빠져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립은 자신을 따르는 전투원들을 새로 구성되는 군 조직의 일원으로 전환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군은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1995년 해체했다. ▲국제군 활동=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한전화통화에서 "아이티에서의 프랑스-미국 간 훌륭한 협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프랑스의 활동에 대해 감사했다고 카트린 콜로나 엘리제궁 대변인이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도 "협력 내용에 기뻐한다"면서 아이티에서의 평화가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두 정상이 전화통화를 한 것은 작년 12월 10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유엔본부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아이티를 안정시키려면 수년이걸릴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아이티 사태 해결을 위해 장기간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아리스티드 납치 주장에 대해서는 아이티 국민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만 말하고 직접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다. 칠레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승인한 국제치안군에 동참하기 위해 총 300명 규모의 자국 파견 병력의 첫 선발대로 3일 아이티로 특수군 120명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포르토프랭스 공항에는 미국 해병대원 200명과 프랑스군 병력 140명이 도착한 데 이어 이날 추가 병력 파견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파견 부대 사령관들은 아이티의 무장조직을 해체하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으며, 그 대신 주요 지역의 치안을 확보하고 외국인과 정부 재산을 보호하라는 임무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국제 평화유지군에 대해 과거 군사독재 시절 정치적 암살사건으로 기소된 두 반군 지도자 샹블랭 전 육군상사와 장 타툰을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반군 지도자 필립에 대해 포르포프랭스델마 지역 경찰서장으로 있을 때 이뤄진 폭도들의 살해 행각에 책임이 있다며 인권유린 행적을 지적한다. ▲아리스티드 망명 상황=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궁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은 프랑수아 보지즈 중아공 대통령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제3국으로의 망명 계획에 대해 논의한다고 파르페 음바예 중아공 통신장관이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셸 알리오-마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현재 아리스티드가 중아공에파견된 프랑스 병사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오-마리 장관은 이날 유럽-1 라디오 방송 회견에서 아리스티드가 정상적인 상황 하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일시적 체류를 하고 있다면서, 프랑스는 아리스티드의 "가고 오는" 문제를 통제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리오-마리 장관은 곧 프랑스-앵포 라디오 방송과 한 회견에서는 아리스티드가 프랑스군 보호 하에 "절대로 있지 않다"면서 "중아공에 프랑스군이 몇달간있었으나 (그들의 임무는)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체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은 보호나 치안 같은 임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프랑스 외무부는 아리스티드가 프랑스에 보호를 요구했는 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아리스티의 납치 주장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미국은 `아리스티드 납치 주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이 문제에 관심이 거의 없다고 이날 강조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떠나려는 결정은 아리스티드가 내렸고 이는 아이티 국민에게 최선의 이익을 주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리스티드 보호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공식 요구가 없었다고 밝혀왔다. 한편 망명 중인 아이티의 전 독재자 장 클로드 `베이비-독' 뒤발리에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 WFOR TV 방송 회견에서 "아이티로 돌아가 국민의 뜻에 따를 준비가 돼있다"면서, 대통령에 출마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71년 아버지인 프랑수아`파파-독' 뒤발리에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18세의 나이에 대통령에 지명됐다 1986년민중봉기로 축출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