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대표적 왕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면적인 내정개혁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 보도했다. 민주주의 도입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해 의회정치 허용 등 대대적인 개혁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사우디 내정개혁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1백20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출범이다. 자문위원회는 왕실로부터 정치개혁과 관련된 권한을 조금씩 넘겨 받으면서 의회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사우디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부분적이나마 지방선거도 실시될 예정이다. 언론의 자유도 확대 추세다. 최근 TV와 신문은 정치나 종교,여권신장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논평을 시작했다. 이는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라 빈 알 아지즈 왕세자가 최근 잇따라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각계의 개혁요구를 수용하는 개방적 태도를 보여준 결과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실제 압둘라 왕세자는 △왕자들의 급여 삭감 △문화·종교의 다양성 인정 △여성의 역할 확대 △극단주의 추방 △시민단체 지원·육성 등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그러나 사우디 왕실의 변화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왕실 반대파들은 "이런 조치들은 소수 왕자들이 주요 결정을 내리는 지금의 체제를 은폐하려는 '정치 쇼'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