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대참사를 겪은 이란에 대한 지원에 미국이 동참함으로써 양국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가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악의 축'의 일원이라고 규정했던 이란에 3천400㎏의 의약품과 물을 지원하기 위해 10년이 넘어 처음 미군 군용기 4대가 이란에 도착했다면서 "종종 가장 어려운 순간에 옛날의 적들이 협력과 동정심으로 함께 자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호물품 수송을 담당했던 빅 해리스 중령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의 반응이 매우 따듯했다"면서 "우리는 물품들을 하역하기 위해 이란 군인들과 어깨를 맞대고 일했다. 이란의 기지 사령관은 이것이 새로운 양국관계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외교관들과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지원 제안과 이란의 수용의사는 양국이 지난 4반세기의 적대관계 완화를 어느 선까지 표명할 태세가 돼 있는지에 대한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풀이했다. 테헤란에서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취재진과 만난 유럽의 외교관은 "미국은 지원물자를 보내기 시작하고 있고 이는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고 지적하고 "이런 선의의 여세가 유지되는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4년전 터키의 대지진 때 역사적으로 앙숙인 그리스가 구호요원을 보내고 머지 않아 그리스가 지진을 당했을 때는 터키가 지원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순간에 보내지는 지원은 완고하게 닫혔던 것처럼 보이는 문을 열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그리스에서 구호활동에 참가했던 자원자 단체 `터키 수색ㆍ구조협회(AKUT)의 나수 마루키 회장은 다른 터키 구조요원들과 함께 그리스 대통령 관저에 초대되는 "영광"을 누렸다면서 "그후 양국 외무장관은 대화를 시작했고 비정부 기구들도 접촉해 양국 관계는 좋아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경우 이란이 미국이 지명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를 승인하고 핵사찰 요구를 수용키로 하면서 미약하나마 화해의 기운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지적했다. 지난 79년 이란 학생들의 테헤란 주재 대사관 점거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단절된 이래 양국간 공식 접촉 채널이 없는 가운데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유엔 주재 이란대사가 미국의 지진 복구 지원에 관해 이례적인 전화 대화를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은 지난 90년 지진 때는 미국과 이라크 등 숙적이 포함된 국제사회의 지원을 마지못해 뒤늦게 받아들였고 2002년 지진 때 미국은 유엔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란을 지원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