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17일 현대 엘리베이터의 국민기업화를 전격 선언하며 현대그룹의 비전을 발표, 그 의미와 향후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현회장의 이번 발표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현대그룹 `접수'로 경영권탈취 직전에 있던 그룹을 끝까지 사수하기 위해 그룹 정통성 계승이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소유권' 대신 `주인없는 기업'을 택한 극약처방을 풀이된다. 동시에 이번 선언에는 대규모 증자를 통해 신규 사업 진출과 기업 체질 개선 등한국의 대표그룹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그러나 KCC의 `재(再)역공' 가능성과 국민주 공모의 성공 여부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앞으로 `산너머 산'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룹 정통성, `내가 잇는다' = 현회장이 `국민기업화'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며 내세운 논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KCC 계열편입 선언당시 강조했던 `현대그룹의 정통성'이다. 현회장은 이날 발표한 `현대엘리베이터 국민주 공모를 결의하면서'라는 글에서"현대그룹이 다른 그룹에 편입된다면 이는 47년 현대토건으로 출발, 한국경제 근대화를 이끌어온 대한민국 대표그룹이 사라지는 엄청난 사건"이라며 "대주주의 전횡을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선진 국민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혔다. 현회장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에 따라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경협사업을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점도 그룹의 정통성을 이어나간다는 명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CC측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북사업을포기할 뜻을 시사한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현회장은 18일 그룹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하남 창우리 선산을 방문,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에게 이같은 결정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왜 `국민기업화'인가 = 현회장이 `그룹 지키기'를 위해 `국민기업' 형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지분경쟁'에서는 이미 정명예회장측에게 `완패'한데다 추가매입 자금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국민주 공모를 통한 국민기업화가 엘리베이터와 그룹에 대한 정명예회장의 지분율과 영향권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이다. 이번 국민주 발행이 차질없이 추진돼 증자가 마무리되면 정 명예회장과 KCC측의지분율은 현 31.25%에서 11.2%로, 범현대가를 포함한 지분도 44.39%에서 15.95%로각각 낮아진다. 특히 우리사주에 신주의 20%(유상증자후 12.81%)가 우선 배정됨에 따라 현 회장측 지분은 유상증자로 기존 28.30%에서 10.17%로 낮아지더라도 우리사주 지분을 포함, 총 22.9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정 명예회장측 지분을 압도하게 된다. 현 회장측은 현 회장에 대한 동정론과 정 명예회장의 경영권 인수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극적 반전을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현회장은 이날 발표문에서 "현대그룹이 새로운 현대, 국민의 현대, 민족기업 현대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 회장은 정 명예회장측의 경영권 장악 의도가 구체화되기 시작할 때부터 국민주 공모를 통한 국민기업화 방안을 구상해왔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재건 노린다' = 현 회장은 "21세기 대한민국 경제를 주도할 대표그룹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며 이 역시 공모주모집의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계열사 분리 국내 서열 1위 자리를 지키던 과거의 현대그룹 수준에는 못미치더라도 어느정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현 회장은 과감한 체질개선과 모범적 기업지배구조를 구축, 사업다각화 및 신규사업 진출, 계열사 경영활성화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이를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이미 신규 진출 분야 등에 대한 복안을 갖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주 공모 성공 여부 `관건' = 현회장의 대반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주 공모를 통한 증자 성공 여부다. 정 명예회장측의 주식 대량 매집 이후 가속화된 주가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청약률이 현회장측의 기대에 미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현 회장측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대북사업을 계속 끌어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어느정도의 호응이 뒤따라줄지도 미지수다. 이에 더해 증자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수가 급격히 늘어나면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어 기존 주주들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회장측은 공모주 청약 미달물량에 대해서는 제3자의 투자자에 우선배정할 수 있는 권한이 회사측에 있어 현 회장측으로서는 믿고 기댈 수 있는 안전장치가마련돼 있긴 한 상태다. KCC측이 이번 이사회 결의 사항에 대한 법적 검토에 착수하는 등 또다시 공격을가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경영권 향배 관측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이정진 기자 hanksong@yonhapnews transi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