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2007년부터 시행되는 회사측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중단에 대비한 노조의 재정자립기금 조성 문제가 새로운 암초로 떠올랐다. 금융산업노조는 오는 2007년부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려면 전임자 1명당 10억원 정도의 재정자립기금이 필요하고 이의 일정 부분을 사측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있으나 사측이 노동조합법에 저촉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의 재정자립기금 조성 방안에 대한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모호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노조의 재정자립기금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없을 경우 금융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의 임단협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 노조 재정자립기금 임단협 '암초' 은행을 중심으로 31개 금융기관에서 임단협을 위임받은 금융노조와 은행연합회의 협상이 노조 재정자립기금에 대한 입장 차이로 공전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쟁점이었던 임금 인상률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견해차를 좁혀 협상의 여지가 있으나 노조의 재정자립기금 문제에서 의견이극명하게 엇갈려 향후 협상의 난제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노조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비해 필요한 재원을 사측이 일정 부분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법이 허용하는 이상은 곤란하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1997년 개정된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조 전임자가 사용자에게서 급여를 지급받는 행위를 금지하되 그 적용을 2006년 말까지 유예하도록 했다. 이들 법은 그러나 부칙으로 이 조항의 시행에 앞서 사측의 전임자 급여 지급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되 축소분을 노조의 재정 자립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재정자립기금의 일부를 사측에 요구하며 재정자립기금은 운용 수익으로 전임자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천문학적인 재정자립기금 필요 은행연합회는 노조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 240∼250명 수준인 금융노조 산하 노조 전임자의 평균 임금은 연간 5천만원 정도로 금리가 5%를 밑도는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임금을 지급하려면 전임자 1인당 약 1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각 금융기관이 지금과 같은 수의 전임자를 계속 둘 경우 2천400억∼2천500억원의 재정자립기금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임금 지급이 중단되면 전임자 수가 다소 줄겠지만 현재 노조가 원하는대로 사측과 노조의 기금 부담 비율을 7대 3이나 6대 4 로 할 경우 은행부담은 최소 1천500억원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못박았다. 은행연합회는 노동관계법이 규정한대로 올해부터 2006년까지 4년간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해마다 1인당 3천만원씩 지급하고 나머지 2천만원을 적립해 노조의 재정자립기금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하며 그 이상의 지원은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규정한 '부당 노동 행위'에 해당되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향후 4년간 전임자 1인당 재정자립기금은 8천만원에 불과하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는 연간 400만원 정도밖에 안돼 전임자 월급을 지급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 ◆ 노동부 유권해석 모호해 혼란 가중 노조의 재정자립기금 문제가 임단협의 심각한 암초로 부상하자 은행연합회와 노조는 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회신이 모호해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노사가 협의해 전임자 급여 지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이와 연계해 급여 지원 규모 축소에 따른 '재원'을 노조 재정자립기금적립에 사용하는 방안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며 다만 이 때의 '재원'은 반드시 당해연도 축소분에 한정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고 유권해석했다. 이를 노조는 사측이 재정자립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는 뜻으로받아들여 사측의 입장 전환을 촉구하고 있으나 은행연합회는 2007년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앞서 4년간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줄여 그 축소분을 기금으로 적립하라는의미라고 해석하는 등 엇갈리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승길 노사협력팀장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한 법 취지와재정자립기금 관련 부칙이 모호해 노동부에서 유권해석을 받았으나 기금을 어떻게조성하라는 것인 지 분명하지 않아 노사가 합의해 다시 이를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노조 재정자립기금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 의뢰는 금융계가 처음으로 정부가 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을 경우 산업계 전반의 임단협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노조 문태석 정책 부국장은 "현실적으로 노조원의 조합 회비만으로는 2007년부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사측에 노동관계법의 부칙에 의거해 재정자립기금의 일부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하지만 부칙의 문구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어서 답답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