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쟁의 장기화 조짐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처한 가운데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내부에 존재해온 해묵은 균열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31일 보도했다. 공화당 출신 전직 관리들과 공화당 지도부 일각에서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이번 전쟁의 핵심 입안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 이들은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전쟁 핵심 입안자들의 조언이 잘못됐으며 미국의 장기적 국익에도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끔 하려는 노력을 암암리에 진행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한 공화당 인사는 미군의 쉽게 승리하고 이라크 국민들의 환영을 받을 것이란 체니 부통령 등의 낙관적 발언을 인용하면서 부시대통령이 "이런 틀린 조언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는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의견을 같이하는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신무기를 동원한 집중적인 공습 후 소수의 지상군을 투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전략이 이라크군이 급속도로 궤멸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을 전제로 한 어긋난 전략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국무부 일각에서는 유엔의 결의마저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돌입한 이번 전쟁이 향후 미국의 외교적 입지를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화당과 부시행정부내 일각에서는 파월 장관이 국제적 지지여론을 끌어내는 외교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비난을 받지 않고있는 점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파월 장관이 럼즈펠드 장관 등의 잘못된 가정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전쟁의 전개 양상을 둘러싼 부시행정부와 공화당 내부의 균열은 지난해 이라크사태 진전 과정에서 나타난 강온파간의 갈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말 이라크 위기가 고조되던 당시 국제사회의 지지를 강조하며 유엔을 통해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려던 파월 장관은 국제 사회의 협조를 백안시하고 일방주의를 고집한 체니 부통령등 미 정부내 강경파들과 적잖은 갈등을 겪었다. 파월의 제안대로 이라크 문제가 유엔 결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결국 미국은 전쟁의 수순에 돌입했고 일단 전쟁이 시작된 뒤로는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장관 등 매파들의 전략이 채택됐다. 미 정부 관리들은 부시 행정부의 안보 보좌관 진용은 단합돼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부 고위층 각료들의 이견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의 대변인은 이같은 내부 균열 조짐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의 보좌진들도 단합된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이같은 소문이 이라크의 선전전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