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킨제이의 "여성의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in the Human Female. 일명 킨제이 보고서) 이란 책이 전세계에 일대 충격파를 던진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다. 킨제이의 인간 성문제 연구를 후원했던 인디애나 대학은 이 책의 발간(1953년)50주년을 맞아 올 한해동안 여성의 건강, 성생활, 미술, 과학, 역사 등을 다루는 강연회, 미술 전시회, 영화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인다. 인디애나 대학은 특히 여성들의 섹스에 대한 세인의 관심을 유발한 킨제이의 주도적 역할을 비롯, 그동안 시대와 여성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서는 귀엣말로나 이야기했던 시절인 지난 1944년킨제이는 수 천 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성문제에 관한 노골적인 인터뷰를 개시했다.이 개인적 인터뷰의 산물이 킨제이 보고서다. "그는 용감한 사람이었으며 (여성 섹스문제 연구에 관한) 그의 기여는 칭송해야한다"고 킨제이와 인터뷰 한 수 천 명의 여성들 중 하나인 앨리스 지놋 코언 할머니(78)는 말했다. 킨제이 보고서는 그가 남성의 섹스문제를 다룬 책을 발간한 지 5년후에 나왔다.첫번째 책이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이었다면, 두번째 책은 그야말로 지옥의 불꽃을점화한 것처럼 대단한 열기를 자아냈다. 에드워드 로우먼 시카고 대학 사회학 교수는 "킨제이 리포트는 엄청난 결과를낳은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었다"고 논평했다. 킨제이는 결혼에 관한 강의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나방에 관해 연구하는 동물학자였다. 그는 이 주제에 관한 연구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뒤 비로소 자신의 연구 주제를 인간의 섹스문제로 바꾸었다. 여성의 섹스에 관한 842쪽의 이 책은 도표들이 포함된 통계 자료 투성이의 책이었지만 한 달도 안돼 27만권이 팔리는 등 즉각적 성공을 거뒀다. 킨제이 연구는 섹스의 생물학에 초점을 맞춘 것이며 심리학적, 임상학적 정보와분석이 결여돼 있다고 로우먼 교수는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자위행위, 혼전 성관계, 간통 등에 관해 킨제이가 이 책에서 밝힌 새로운 사실들은 당시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예를 들면, 부부가 결혼 생활의 어느 한 시점에서 남편의 절반이 간통하는데 비해 아내쪽은 4명중 1명꼴로 간통하며 모든 여성의 절반이 혼전 성관계를 갖는다는 내용 등이다. 당시 유럽주둔 미군 당국은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금지했고, 남아공 당국도허가없이 서점에서 이 책을 파는 것을 금했으며 미국내 일부 가톨릭 교구도 신도에게 이 책을 읽지말도록 권고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 책이 발간된 직후 록펠러 재단은 의회의 압력에 따라 킨제이의 섹스연구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했다. 오는 2월 여성의 섹스활동 변화에 관해 인디애나 대학에서 강연할 예정인 미국여권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넴 여사는 킨제이가 자신의 연구에 여성의 섹스문제를포함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축하해야 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킨제이 보고서는 일종의 권리장전 같은 것"이라고 찬양했다. (블루밍턴(美인디애나州) AP=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