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백만달러도 1센트부터 ]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사는 닐 토머스군(9.루즈벨트초등학교 4학년)과 서울 목동에 사는 윤소리양(11.계남초등학교 5학년). 두 어린이 모두 친구들 사이에서 '갑부'로 통한다. 닐의 통장에는 1천달러(약 1백20만원)가 넘는 돈이, 소리의 통장에는 90만원이 들어있다. 그러나 두 어린이가 돈을 모은 과정은 전혀 다르다. 닐은 다섯 살 때부터 부모가 주는 주당 2달러의 용돈을 대부분 저축해 모든 돈이다. 소리의 통장은 초등학교 입학 때 엄마 이미현씨가 기념으로 만들어준 것. 하지만 저축한 돈의 대부분은 설이나 생일날 일가친척에게 거둬들인 '배추잎'이다. "빌 게이츠를 좋아해요. 부자잖아요. 빌도 맨 처음에는 1센트부터 모았을 거예요. 저도 차근차근 모아서 대학도 가고 부자가 될 거예요." 닐이 내미는 한달간의 용돈 기입장의 항목에는 '유니언뱅크'라는 은행 이름이 빼곡하다. 돈이 있으면 무조건 은행을 찾기 때문이다. '피기 뱅크(Piggy Bank.돼지저금통)'라는 항목도 있다. 은행으로 가기전 돈이 잠시 머무는 곳이다. 소다나 아이스크림, 장난감이라는 항목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아홉살 꼬마가 별 수 있겠는가. 몇 장을 넘기니 사탕을 샀다는 지출내용이 나왔다. "그거요. 보너스 쿠폰으로 처리했어요." 은행에서 받은 보너스 쿠폰이다. 유니언뱅크는 어린이 계좌(Junior Account)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5달러를 저축할 때마다 도장을 하나씩 찍어준다. 도장 다섯 개를 모으면 은행과 제휴한 가게에서 학용품이나 군것질거리로 바꿀 수 있다. 닐의 엄마 벨라 아닉스트씨(44.UCLA 언어교육원 영어강사)는 "아들이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알뜰히 관리하는 것이 대견하다"고 흐뭇해 한다. 벨라는 닐에게 '데일리 포인트 시스템'을 적용한다. 하루 일을 기록한 뒤 득점이나 벌점을 매긴다. 예컨대 매일 정해진 20분간의 피아노 연습을 특별히 열심히 하면 5점을 준다. 반대로 연습을 게을리 하거나 나쁜 버릇을 되풀이 하면 10점을 깎는다. "한만큼 돌아온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분명히 인식시키겠다는 것. 이번엔 5백포인트를 모으면 닐이 그토록 원하는 게임 카트리지를 사주기로 했다. 용돈을 아무리 모아도 사기 힘든 물건은 이런 방법으로 구입해 준다. 반면 서울에 사는 윤소리는 저축과 용돈을 별개로 생각한다. "일주일에 4천원씩 받는 용돈은 금방 다 떨어져요. 저축할 돈이 남질 않아요." 용돈은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이나 떡볶이를 사먹는데 쓰인다.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지만 제법 돈이 나간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PC방'도 찾는다. 이 정도라면 4천원으로 한 주일을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친구들과 맥도날드에라도 들르면 그 주는 여지 없는 '펑크'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엄마에게 용돈을 더 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준비물을 산다면 별 문제 없이 용돈을 더 받을 수 있다. 아빠의 지갑을 여는 건 더 쉽다. 닐과 소리의 '재산 규모'는 비슷하다. 하지만 그 질은 전혀 다르다. 닐은 용돈을 쓰지 않고 모았다. 반면 소리는 용돈은 용돈대로 쓰고 어른들이 의미없이 주는 돈을 모았을 뿐이다. 저금통장의 도장도 엄마가 관리한다. 씀씀이도 다르다. 닐은 심부름의 대가로 받은 돈과 저축을 하면서 얻은 인센티브로 용돈을 대신한다. 예산을 세우고 한도내에서 지출을 결정한다. 소리와는 다르다. 벨라는 "용돈을 통해 돈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감각을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예산을 세우고 선택을 하며, 그 규모 안에서 지출을 관리하는 방법을 체득하고 훈련시키라는 얘기다. 반듯한 용돈관리는 현명한 '머니 매니저'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서울.LA=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 < 특별취재팀 > 김정호 차장(산업부 대기업팀) 정구학 차장(사회부) 강은구 기자(영상정보부) 김혜수 기자(산업부 생활경제팀) 고경봉 기자(산업부 벤처중기팀) 안재석 기자(경제부 정책팀) 이방실 기자(사회부) 최철규 기자(경제부 금융팀) 양승득 특파원(도쿄) 고광철 특파원(워싱턴) 정건수 특파원(실리콘밸리) 육동인 특파원(뉴욕) 한우덕 특파원(베이징) 강혜구 특파원(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