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L사 대표이사 K입니다. 우선 이 자리를 빌려 저희 L사가 판매하고 있는 L마루가 업계 1위 자리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고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25일 건자재를 생산하는 코스닥기업 L사가 공정공시로 올린 내용이다. L사가 거래하는 대리점 및 거래처에 대한 홍보성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공정공시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기업들의 '홍보마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L사가 이날 밝힌 공시는 모두 회사 홍보 일색으로 사업실적 경영계획 등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온라인게임 업체인 S사의 공정공시는 흡사 광고같다. 자사 인터넷 미팅게임 사이트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벤트성 대회를 연다는 내용이다. 공정공시 제목도 회사를 선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솔루션 업체인 I사는 최근 '일본기업에 CMS 솔루션 전도사 역할'이라는 공시를 게재했다. 내용은 일본의 정보기술(IT) 방한단이 자사를 방문,솔루션 설명회를 가졌다는 게 전부였다. 보안업체인 I사는 조직개편 자료를 공정공시로 내면서 제목을 '경쟁력 강화 위한 조직개편 돋보여'라고 달았다. 증권 전문가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대상에서 빠져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공정공시 제도를 이용해 회사를 홍보하려는 경향이 짙다"며 "투자자들은 팩트(사실) 중심의 정보에 안테나를 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에 뜨는 뉴스정보를 보고 초단타 투자를 하는 데이트레이더들은 공정공시 '제목'에 현혹돼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