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광고대행사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이프와 커뮤니케이션윌이 주인공이다. 그래이프는 "부자되세요"란 카피의 BC카드 광고로 광고계에 이름을 떨쳤다. 커뮤니케이션윌은 하이마트 광고 "오페라"편을 만들어 대한민국광고대상을 거머쥐었다. 두 회사는 광고사 순위에서 올해 10계단 이상 뛰어오르며 광고업계를 놀라게 했다. 사실 이름 없는 중소 광고회사가 광고대행사를 선정하기 위한 경쟁PT(프리젠테이션)에 초청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어렵사리 경쟁PT에 참여한다 해도 회사의 안정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물 먹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래이프와 커뮤니케이션윌은 굵직굵직한 경쟁PT에서 대형 광고사들을 잇따라 물리쳤다.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일차적으로는 PT를 준비한 실무자들이 애쓴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광고업계는 양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래이프의 채수삼 회장(59)과 커뮤니케이션윌의 최진수 사장(45). 이 두 사람은 최고경영자가 되기까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채 회장은 금강기획 사장을 거친 전문경영인인 반면 최 사장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현장 전문가다. 하지만 인재를 중시하고 눈앞의 실적보다 내실에 비중을 둔다는 점은 두 사람 모두 같다. 그래이프의 채 회장은 "편지쓰는 CEO"로 알려져 있다. 그가 지난 7년간 광고주들에게 일일이 손으로 써 보낸 편지는 수천통에 달한다. 요즘도 하루 2통씩 편지로 광고 아이디어를 광고주들에 알리고 있다. 채 회장이 재작년 처음 그래이프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금강기획이라는 배경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그래이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약하고 있다. 올해 TG,아우디,크라운베이커리 등을 광고주로 영입하면서 매출 1천억원을 눈앞에 둔 중견 광고회사로 성장했다. 내년부터는 세계적인 광고그룹 인터퍼블릭 계열사인 로우와 손잡고 국내외 광고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커뮤니케이션윌의 최진수 사장은 MBC 드라마PD를 시작으로 광고PD와 영화감독을 거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최 사장은 "광고 드라마 영화 모두 영상을 가공하는 작업"이라며 "광고는 다만 길이가 짧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어본 경험이 아이디어 측면에서 광고를 제작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커뮤니케이션윌은 지난해 설립된 신생회사.하지만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열정만은 남달라 창사 2년째에 "2002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대상과 동상을 휩쓸었다. 30위권이었던 업계 순위도 18위(방송광고 기준)까지 뛰어올랐다. 최 사장은 직급이나 직책을 가리지 않고 격의없이 토론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이 회사에서는 아이디어 회의가 시작되면 직급을 구분하지 않는다. 최 사장은 "직급을 부르지 않다 보니 가끔 직원들의 직급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웃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