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우울한 미국의 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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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럽 및 옛 공산주의국가들이 5월1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1백여년 전부터 9월 첫째주 월요일을 노동절로 지내왔다.
정식 공휴일이어서 모든 관공서와 기업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미국의 많은 근로자들은 변변한 자축행사 하나 갖지 못했다.
그 대신 로스앤젤레스 새너제이의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몇몇 노조만 파업했을 뿐 갈수록 줄어드는 일자리를 걱정하면서 보내야 했다.
워싱턴주 밴쿠버에 본사를 둔 미국의 3대 트럭 운송회사인 CF의 근로자 1만5천5백여명은 자신들의 기념일인 이날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회사를 운영할 돈이 없어 파산신청을 하게 됐으니 3일부터는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갑작스런 편지에 놀란 수백여명의 근로자들이 회사에 나왔지만 "3일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존 브링코 사장의 전화음성 메시지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버지니아주의 한 비영리단체에서 로비스트로 일했던 케이시는 노동절을 취업통지서를 기다리며 보냈다.
4살짜리 아들을 둔 케이시가 해고된 것은 지난 7월3일.
그때부터 이곳 저곳에 수십장의 이력서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
케이시는 비서나 사무보조 등 임시직으로 하루 이틀 일하면서 정식직원으로 채용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급여가 적어도 괜찮습니다.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입니다.90년대가 그립습니다."
케이시와 같은 해고근로자들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실업률은 5.9%로 치솟았다.
8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케이시가 그리워하는 90년대말의 실업률은 3.9%.
미국은 지금 실업자 양산 시대에 들어섰다.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쏟아지는 탓이다.
엔론 월드컴처럼 회계부정 스캔들을 일으킨 기업은 물론 K마트 폴라로이드 US항공 같은 간판급 기업들도 속수무책으로 나가 떨어지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빨라지지 않을 경우 실업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근로자들의 복지향상과 권익보호를 위해 공휴일로 지정된 노동절.
대부분의 미국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있는 것만도 고마워하면서 보낸 하루였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