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인들 사이에 현금선호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엔론, 월드컴 등 잇단 기업 스캔들의 여파로 스톡옵션에 비난 여론이 쏠리고 회사 대출마저 끊기는 등 막대한 부를 안겨주던 수입원이 원천봉쇄되자 보수를 아예 "최대한 많은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기업 임원들이 늘고 있다. 보스턴 소재 채용알선회사 크리스천&팀버스의 스티븐 메이더 대표는 "기업은 더이상 임원들의 돼지 저금통이 아니다"라면서 "그들은 많은 액수의 봉급을 현금으로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임원 보수는 지난 1990년대 급격히 인상됐으며, 기업들도 간부들에게 거액의 가욋돈을 지급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실제로 임원들이 받는 연봉은 이들에게 지급되는 각종 보너스와 스톡옵션, 개인대출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사 CEO(최고경영자)의 경우 지난 2000년 85만달러의 연봉이외에 560만달러의 보너스와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수백만달러를 추가로 챙겼다. 또 크레이그 바렛 인텔 CEO의 2001년 연봉은 57만5천달러에 불과했으나 보너스로 108만달러를 받고 1천730만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중 4분의 3을 매각, 1천26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엔론 파산사태 이후 잇단 회계 스캔들로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주식시장마저 침체상태를 지속, 스톡옵션의 매력이 떨어지자 임원들이 `현금 챙기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더 많은 성과급을 챙기기 위해 협상을 진행중인 기업인들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측에서도 임원들의 이같은 요구에 부응할 소지가 커 연봉 규모가 100만달러를 쉽게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다수 미 기업들은 세금공제 문제로 인해 연봉 상한액을 100만달러로 설정해 놓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간부들의 현금선호 현상으로 인해 많은 현금을 선불로 지급하게 됨으로써 현금흐름의 저해와 수익 악화라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이는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임원 보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뉴욕 A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