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교 < KOTRA 사장 > 우리나라의 수출과 해외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자.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에 1백67억달러를 수출했다. 같은 기간 홍콩을 통한 재수출물량 47억달러를 더하면 2백14억달러 상당의 우리 상품이 중국시장으로 나갔다. 전체 수출액의 15.4%선이다. 수출실적이 있는 3만여 무역업체중 1만여 회사가 우리 상품을 중국으로 실어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투자의 경우 10건중 4건이상이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수출과 투자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경험하게될 중국시장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당장 중국의 통상정책이 변화조짐을 보이는 등 게임의 법칙이 달라지고 있다. 외국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활동이 크게 강화되고 있고 경제관계 법령과 규정은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고 있다. 더 이상 '만만디(慢慢地)'의 중국이 아닌 것이다. 게임의 참가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경쟁력있는 중국 민간기업들이 하루 8백개 이상씩 등장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기업은 지난 한해만도 2만6천개가 늘어나 모두 40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이 개방된 만큼 더 많은 경쟁자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설 만큼 생산력은 크게 늘었지만 해외시장 위축과 중국내 소비부진으로 상품체화가 심각한 경제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장구조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중 4백66개 주요 공산품의 공급과잉률이 무려 89.1%에 달할 것이란게 중국정부의 예측이다. 상품가격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며 생산해도 팔리지 않는 물건이 늘고 있다. 그러면 상품이 넘쳐나고 더 많은 경쟁자들이 모여드는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전략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단순한 가격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경쟁국들과는 다른 제품 및 마케팅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 중국에선 TV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방습(防濕)기능형 TV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또 휴대폰시장에서는 중국업체가 내놓은 보석장식 핸드폰이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컬러 냉장고도 히트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처럼 경쟁국들과는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는다면 얼마든지 시장개척이 가능하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환경기술(ET)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신산업 분야라면 우리만의 특색을 상품에 담아내는데 보다 유리할 것이다. 마케팅전략에 있어서는 종래와 같은 가공무역방식을 탈피해 내수지향형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확산일로에 있는 '한류열풍'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정서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자는 것이다. 자체 마케팅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면 대기업 브랜드를 이용한 진출은 물론 업종별 공동 브랜드개발 노력도 필요하다. 철저히 준비한다면 중국은 분명 우리 기업에 기회의 땅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