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에너지기업 엔론의 정계 로비 파문으로 출범 1년만에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엔론이 재무부 차관에게 정부의 개입을 요청한 사실이 새로 드러나는 등 사태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미셸 데이비스 미 재무부 대변인은 11일 로런스 웨일리 엔론 사장이 피터 피셔 재무부 국내금융 담당 차관에게 지난해 10월 하순과 11월 초 사이에 `6-8번''에 걸쳐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파산 지경에 처한 엔론이 부시 행정부 고위층에 구원의 손길을 호소했음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것으로 전날 드러난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의 엔론 관련 장부 일부 파기와 함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엔론과 은행들의 대출 연장 협상이 결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든 시점에 엔론 사장이 해당 은행들에 전화를 걸도록 피셔 차관에게 요청했다"고 말하고 "피셔 차관은 은행들에 대출 연장을 촉구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여겼으나그러한 전화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시 대통령의 막강한 `돈줄''인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도 같은 무렵 폴 오닐 재무장관, 돈 에번스 상무장관 및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으며 오닐 장관과 에번스 장관은 당시 엔론 사태를 논의한 후 정부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정부가 엔론에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음을 내세워 야당과 언론의 공세를 차단하려고 부심하고 있으며 특히 부시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엔론의 범법행위 여부를 가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누군가가 정치 쪽으로 초점을 맞추려 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특권이지만 대통령의 초점은 이번 일의 근본 문제까지 충실히 다루자는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했음을 상기시켰다. 오닐 장관도 NBC방송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에서 레이 회장과의 통화에 언급하면서 "통상적인 업무로 생각했다"고 말하고 "그는 나에게 전혀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