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파산한 미국 최대의 에너지기업엔론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더욱 확산됨에 따라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모아지고 있다. 현재 엔론 사건과 관련, 상원에서 8개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법무부와 재무부도 별도로 조사에 착수한 상태여서 조만간 엔론의 정확한 파산 이유와 정치권 로비실태가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일 시작된 상원의 한 특별위 조사에서는 엔론과 백악관의 유착 의혹을 뒷받침하는 일부 사실들이 확인됨으로서 이번 사건이 결국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까지 미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엔론의 파산과 로비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약속하고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과의 관계를 해명하는 등 적극적인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언론과 야당이 이를 계속 문제삼고 있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론 사건은 아직 뒤에 `게이트''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은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화이트워터 게이트''와 비교하며 취급하고 있고 화이트워터게이트보다 훨씬 더 폭발력이 강하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어 그 파장과 후유증이 `메가톤''급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엔론이 벌인 로비는 부시 행정부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백악관과 엔론측은 모두 6차례에 걸쳐 접촉했으며 특히 엔론 경영진은 파산 1주일 전에도 딕 체니 부통령을 집무실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해 4월과 6월 케네스 레이 엔론사 회장과 만났으나 통상적인에너지 정책 현안을 논의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엔론측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기업활동 과정에서 정책결정권자들과 만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최대의 에너지기업 총수와 백악관 2인자와의 회동 자체는 차치하고라도 엔론이 부시 대통령에게 쏟은 정성을 보면 `정경유착'' 의혹은 더욱 깊어진다. 엔론은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처음 후보로 출마했을 때부터 지원하기 시작, 주지사 선거 2차례와 대선 1차례동안 총 62만3천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때는 10만달러를 쾌척한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또 부시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인 래리 린제이와 무역담당 보좌관인 로버트 조엘릭이 엔론사 고문으로 재직하며 고액의 임금을 받았으며 정치.전략담당인 칼 로브는엔론사 주식을 보유했다. 이중 로브 보좌관은 엔론의 파산 직전 엔론 임원들과 같이보유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후진국에서나 이뤄지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현상까지 나타났다. 엔론사가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주지사였던 지난 1992년 텍사스주 에너지 시장의규제완화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이같은 유착 분위가와 무관치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사태의 칼끝이 점차 백악관으로 향하게 되자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가능한한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태진화에 들어갔다. 그가 10일 재무부에 기업연금 및 퇴직금 관련 규정 검토작업을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이번 엔론사건의 파장이 크다 해도 부시 대통령이 쓰러지지는 않을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9.11 테러에 따른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엄청난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엔론이 벌인 각종 로비 행태가 낱낱이 밝혀져 그동안 제기됐던 정경유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결국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시된다. 남은 임기는 물론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