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열렸다. 한국호(號)의 새 진운(進運)을 좌우할 한 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정치의 해"다. 6월에 지방 선거,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이 양대선거를 통한 국민의 선택이 한국의 미래를 결정한다. "게이트"와 각종 스캔들에 빠진채 허우적거려온 한국의 정치를 새롭게 변혁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부정과 부패,비리,유착,전횡,대립,갈등….한국 사회를 운명처럼 규정해 온 이들 저주의 언어로부터 진정한 해방과 광복을 선언해야 한다. 그 출발점이 정치의 환골탈태임은 한국경제신문사가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신춘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응답자의 82.2%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집단으로 '정치인'을 꼽았다. 조사 대상자의 92.8%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응답했다. 도대체 한국 정치의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기에 이런 지탄을 받는가. 벤처·조폭 등이 어우러진 비리가 적발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거물 정치인의 이름들,정쟁과 분규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번에도 날림으로 통과된 새해 예산, 국민을 담보로 여야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 건강보험 통합논란,정당간에 의원이 '임대'되는 꼼수가 버젓이 자행되는 정치판…. 이런 고비용 저효율 정치는 경제에 회복 불능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권위적 붕당적인 정치구조는 필연적으로 거대한 부패비용을 발생시킨다. 하버드대의 웨이샹진 교수는 최근 국제투명성위원회(TI)가 발표한 2001년도 부패인지지수를 바탕으로 '부패 비용'을 계량화한 보고서를 썼다. TI조사에서 각각 4위와 36위에 오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분석 대상. 분석 결과 국가청렴도가 싱가포르 수준에서 말레이시아 수준으로 떨어지면 한계조세율이 20% 이상 오른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조세율 1% 증가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5%나 감소시킨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한국은 TI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4.2점으로 말레이시아에 훨씬 뒤처진 42위였다. 한국의 고비용 정치구조가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보고서다. 문제가 이토록 심각하다면 '정치 공해'를 더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1인 보스가 지배하는 붕당 구도'(김인영 한림대 교수),'지역정서를 볼모로 한 정당간 야합 구도'(서울대 윤영관 교수) 등 한국 정치의 낙후와 퇴행을 불가피하게 해 온 병인(病因)들을 말끔히 도려내야 한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