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현대·기아자동차 등 주요 그룹들이 올해 전체 투자를 축소 또는 동결하면서도 연구개발(R&D)투자는 크게 확대한다. 많게는 총 투자금액의 3분의2 이상을 R&D예산으로 배정해놓고 있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추진해온 구조조정으로 생존의 기반은 마련됐다고 보고 올해엔 기술경쟁력 강화와 미래 수익사업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말 1백1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02년 경영전략'을 조사한 결과 72.8%가 투자를 줄이거나 동결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그룹별로 봐도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부분이 투자를 줄일 방침이다. SK 등 일부 그룹이 투자를 늘리기로 했으나 증액규모는 소폭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R&D투자는 거의가 두자릿수 이상 확대한다. 삼성은 R&D예산을 4조원으로 지난해보다 33.3% 늘려잡았다. 총 투자금액(10조원)의 절반이 R&D에 배정됐다. 삼성 관계자는 "반도체 및 TFT-LCD(초박막 액정화면) 등의 근원적인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연구개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축소 속에서도 R&D예산 만큼은 대폭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LG도 디지털 디스플레이,차세대 이동통신,정보전자소재 등을 미래 승부사업으로 선정,이들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다는 목표아래 총 투자금액(5조4천억원)의 35.2%인 1조9천억원을 R&D에 투입키로 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엔 총투자예산(2조1천1백억원)의 무려 69.2%인 1조4천6백억원을 R&D투자에 배정했다. SK도 R&D투자를 5천억원으로 1천억원 늘릴 예정이다. 전경련의 김석중 상무는 이같은 추세에 대해 "기업들이 올해에도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설비확장보다는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등 수익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경기의 조기 회복을 위해서는 R&D투자 뿐만아니라 설비투자도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1백10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50.2%는 올해 경영에서 부채축소와 현금흐름의 원활화,비용축소 등을 가장 중요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경기부양(39.3%) 규제완화(25.1%) 환율안정(12.8%) 등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희식·김홍열·정지영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