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군이 사실상 붕괴되면서미국, 러시아, 영국 등 열강들과 이란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아프간 새정권과 외교관계를 재개하기 위해 수도 카불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란정부는 카불 함락 일주일만인 20일 가장 먼저 아프간 주재 대사관을 공식 재개했다. 이란은 카불이 함락된지 이틀만에 현지로 외교관들을 다시 보내 대사관 건물 보수 작업에 들어갔으며 이란 외무부는 마침내 대사관 업무 재개를 공식 발표했다. 이란은 이밖에 헤라트와 마자르 이 샤리프에도 영사관을 재개하기 위해 서둘러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카불의 한 이란 외교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란정부는 아프간에 제 정파를 망라하는 거국정부가 구성될때까지 부르하누딘 랍바니 전 대통령이 이끄는 북부동맹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탈레반정권을 극렬 반대하면서 북부동맹에 소수시아파가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북부동맹을 지지해왔다. 이란은 아프간 내시아파 이슬람신도들을 보호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 하고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러시아도 이미 카불에 대표단을 보내 새로 출범할 아프간정부와 관계 재개를 준비하고 있으며 유엔 주도하의 아프간 정파회의를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제임스 도빈스 미국 특사는 카불에서 아프간 제 정파와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에 망명중인 다른 정파들과도 이미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빈스 특사는 미국의 상주 공관이 2,3주내 카불에 문을 열게되기를 희망한다고말했다.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을 끝까지 추적, 분쇄하는 것이지만 아프간 새정부에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을 포함시키는데도 적잖은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도 외무부 고위 관리가 이끄는 소규모 대표단을 아프간에 파견, 아프간 주요 정파와 접촉을 벌이면서 유엔의 정부구성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 외교 대표단은 카불 주재 대사관을 접수했지만 공식 업무는 아직 재개하지않고 있다. 영국 정부는 새 아프간 정부가 구성될때까지 대사 파견도 미루고 있다.영국 관리들은 그러나 아프간에 상주 외교공관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와함께 유럽연합(EU)도 아프간 신정부가 인권존중을 약속한다면 아프간 재건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와관련, EU 외무장관들은 독일 출신 외교관을 특사로 아프간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아프간 북부동맹의 주요 지지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는 유엔 주도의 거국정부구성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지난 18일 12인으로 구성된 러시아 대표단이 카불에 도착, 북부동맹과 함께 신정부 구성 협의에 들어갔다. 과거 주변국들과 열강들의 내정간섭에 시달렸던 아프간이 이해 선점을 노리는열강들의 각축장으로 다시 변해가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