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도시인 뉴욕의 상징적인 건물과 미국 세계군사전략 기획의 뇌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워싱턴 미 국방부 건물이 테러공격이 됐다는 것은 미국의 세계 내 위상을 생각할 때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최첨단장비 및 첩보인력을 동원한 미국의 정보수집능력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한 미국이 정작 자국내 테러위협에 대한 정보를 전혀 입수하지 못한 채 어이없이 당했다는 것은 정보수집능력 및 사후대처능력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러한 무방비상태의 피습을 지난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 때 어이없이 당한 것과 비교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역으로 테러리스트 집단이 그만큼 정보 및 수사당국의 허점을 노려 구멍을 뚫고 들어올 정도로 지능이 발달했다는 얘기가 된다. 우선 지금까지 알려진대로 미국 영공상에서 거의 동시에 다수의 항공기를 납치해 특정 건물들을 테러공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조직이 오랜기간 치밀한 계획을 세워 배후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런 계획이 추진되는 동안 미국의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들이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보안과 정보망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테러범들이 항공기를 납치하는 과정도 그렇다. 항공기 공중납치를 한 사람이 단독으로 하기는 힘들며 납치과정에서 무기가 사용됐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테러범들이 공중납치한 10대의 항공기에 타는 과정에서 테러용의자와 무기들이 공항검색대를 무사통과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피의 보복이 진행되고 있었고 반인종차별회의에서 미국이 대표단을 철수시키고 미국의 보수강경 경향 노선이 과격단체들을 자극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내 공항이나 주요 건물에 대한 경비.보안이 허술했던 점을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내 미국대사관에 대한 테러위협을 사전에 주의시키는 등 미국 밖 외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취했으나 정작 본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민에 대한 안전은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얘기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자살테러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기 전에 이미 이센터 내에 폭발물이 장치돼 있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난 93년 이 센터 지하2층주차장에서의 폭탄테러 사건 이래 강화돼 왔던 이 쌍둥이 건물에 대한 보안조치도 그간 허술해 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 공중피랍된 아메리칸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기들이 피랍 후 비행금지구역인세계무역센터 상공으로 들이닥쳐 센터를 치고들어가는 과정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미국 관제당국이 손 쓸 길이 전혀 없었는지도 점검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같은 허점, 즉 순식간에 항공기를 이용한 자살테러를 감행할경우 미 정보 및 수사당국이 무방비상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해 이같이 사상 유례없는 테러방식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항공기자살테러사건 이후 미국내 공공건물과 주요 민간건물에 대한 보안 및 경비가 엄청나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