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공단내 H기계의 K사장은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세금고지서 한 장이 원인이었다.

지난 5년간 자체 직업훈련소를 통해 5천여명을 무료 교육시켜 놓았더니 세무서에서 세금을 내라고 통지해온 것.

무료 교육비가 ''접대비''로 간주됐다.

"정부가 훈련자금을 지원해 주지는 못할 망정 세금을 매기다니 도대체 이런 나라가 있습니까"

정부는 틈만 나면 기술인력의 양성을 강조한다.

또 관변 직업훈련기관에는 자금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기업이 자비(自費)로 직업훈련소를 세워 근로자들을 가르친 데 대해서는 세금고지서를 발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K사장은 "산업 정책의 마스터플랜 부재로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고 꼬집는다.

기술인력 양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져 정부 관련부처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정보통신산업 정책은 기업의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정도로 청사진이 불분명하다.

정보통신부는 동기식 IMT-2000사업 선정, 한국전력의 파워콤 매각문제 등이 속시원히 풀리지 않자 통신사업 3개 사업자 재편 등을 내세워 민영화된 포철을 은근히 끌어들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굴뚝''으로 불리는 전통제조업과 벤처기업간 균형성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전통제조업과 벤처간 균형 발전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굴뚝과 벤처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벤처 지원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양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9년말 현재 벤처특별법상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벤처인증기업의 부가가치나 고용 비중은 각각 3.3%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22.7%와 43.6%에 달했다.

대기업이 중심이 된 굴뚝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국가경쟁력도 따라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

삼성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주요 산업의 과학기술부문 경쟁력은 선진국보다 3∼7년 정도 뒤떨어지는 등 국가경쟁력이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도체의 경우 아직까지 메모리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보통신 부문도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단말기 세계시장 점유율이 52%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미국 퀄컴사에 지급한 로열티만 1조원이 넘는다.

조선산업도 고부가가치를 지닌 특수선의 비중이 30% 미만(수주잔량 기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철강 역시 특수강 생산 비중이 11%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지난 98년 이후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선 등 현안 처리에 매달린 결과 산업경쟁력 강화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홍열.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