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달 25일 미상원 청문회에서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금융시장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이는 FRB 의장이 통화정책 외의 분야에서도 얼마나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잘 입증했다.

하지만 그린스펀의 이런 막강한 힘이 때로는 그와 그의 동료 정책입안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린스펀 의장은 FRB의 정책이 정치는 물론 금융시장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 때문에 늘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과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그린스펀은 이같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린스펀은 지난 95년 한 FOMC에서 "FRB는 정직한 초당적 중개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FRB를 자신들과 관련된 사안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지원강화 여부를 논의한 이날 FOMC 회의에서 로렌스 린지 당시 FRB 이사(현 부시 대통령의 수석경제고문)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가지원을 결정할 경우 나중에 책임이 돌아올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FRB에 대한 일반인의 지나친 신뢰는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FRB가 언제나 경제상황을 정확히 읽고 있으며 필요한 정책을 제때에 시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지나친 신뢰가 주식 채권시장에서 버블을 가져왔다고 그린스펀은 지적한다.

그는 "시장은 우리에게 큰 믿음을 갖고 있지만 그런 믿음 때문에 FRB는 스스로의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