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차환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의 만기도래 회사채를 산업은행을 통해 인수시키려던 정부 계획이 채권금융기관간 이견으로 일단 무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외국계가 대주주인 제일은행은 5일 정부가 요청한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를 거부했다.

다른 은행들은 금리조건과 할당량 등에 관해 합의하지 못해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건을 8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채권단이 이날 인수키로 한 회사채는 현대전자 2천억원어치였다.

인수무산으로 일단 연체상태가 됐다.

호리에 제일은행장은 "정부의 회사채 강제할당은 잘못된 것으로 은행의 자율판단에 맡겨져야 한다"며 인수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제일은행 몫은 40억원어치다.

이에 대해 강기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제일은행이 외국자본에 팔렸더라도 수익의 원천이 국내시장에 있는 만큼 시장안정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강 부원장보는 "그렇다고 제일은행을 직접 제재하지는 않겠다"며 일단 인수거부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제일은행의 인수거부로 관계사들이 부도날 경우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다른 은행들은 회사채 인수분담비율과 금리조건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액 기준으로 회사채 인수분담비율을 산정하는데 주채권은행에 유리한 기준을 금감원이 일방적으로 정해 은행들이 크게 반발했다"고 설명했다.

또 차환발행 회사채 금리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시장금리를 무시하고 연 11~12%인 일반공모회사채로 하겠다고 금감원이 일방적으로 채권은행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형규.박민하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