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살고있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트레벨초등학교.학생수 2백여명인 이 학교에서 7일 때아닌 바자회가 열렸다.

학교체육관에 설치된 투표소에 투표하러 오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헌 옷가지와 커피를 팔아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다.

커피를 파는 학생이나 투표하러 온 학부모 모두 분위기가 흥겹다.

대통령선거는 미국에서 축제다.

선거비용이 부시측은 16억달러,고어측은 10억달러 들었다고 밝혔다.

최소한의 고백이겠지만 이것만도 우리돈 3조원이 넘는다.

돈잔치라는 지적이 나와도 이를 심하게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축제에 참여하고 즐긴다.

학교에선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후보들의 TV토론은 고등학생들의 리포트주제다.

부모와 함께 개표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중학생들의 숙제.어른들에게는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같은 흥미있는 게임이다.

한국 대통령선거처럼 ''지면 피바람 분다''는 식의 살벌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날카로운 정책대결보다 ''좋은 사람''과 ''잘난 체 하는 사람''의 구도로 선거전이 흘러도 비난하는 언론은 없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다.

일반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경제분야의 대통령은 따로 있는 탓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이번 선거전에서 고어는 지난 8년간의 경제치적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린스펀의 업적이라는 부시의 대응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87년 레이건행정부 때 취임한 그는 올해초 다시 지명돼 임기가 오는 2004년까지다.

새 대통령의 임기와 거의 일치한다.

"앨런 그린스펀이 있는 한 누가 대통령인지는 사소한 일"(그레그 발레리 슈왑 경제연구소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이날 월가는 선거결과보다 다음주 그린스펀이 주재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경제대통령은 ''진짜 대통령''으로 누굴 찍었을까.

정부역할보다 시장자율을 선호하는 부시쪽일 것이란 게 월가의 쑥덕공론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미국인들이 이미 그린스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