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값이 속락하면서 주식시장과 국제수지 등 경제전반에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13일 9.22달러를 기록했던 64메가D램 가격은 20일 4.99달러(최고가 기준)로 46%가량 떨어졌다.

석달 사이에 가격이 절반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이 기간중 삼성전자의 주가는 38만8천원에서 16만6천5백원으로 50%이상 폭락했다.

우리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반도체산업의 현주소를 3번에 걸친 시리즈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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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D램 메이커인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전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주식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주식투자자들이 금융불안, 고유가, 현대사태 못지않게 반도체 가격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추(錘)''가 됐다.

반도체경기가 좋아도 탈이고 나빠도 걱정이다.

반도체경기가 너무 독주할 경우 마치 한국경제 전체가 잘되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이른바 ''착시현상'' 경계경보가 울리게 돼있다.

반대로 지금처럼 반도체값이 폭락하면 경제 전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전체 제조업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9년말 기준).

지난 93년 삼성전자가 일본 경쟁업체를 제치고 세계 D램 1위메이커로 부상했을 때 반도체가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5.7%에 불과했다.

수출 비중도 93년 8.5%에서 99년 14.1%로 높아졌다.

올들어선 더 높아졌다.

지난 8월말까지 반도체 수출은 1백69억달러로 전체 수출(1천1백19억달러)의 15.1%를 차지했다.

산업연구원 주대영 연구위원은 "반도체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산과 수출 비중에서 나타나는 단순 수치 이상"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값이 떨어지면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달러를 빼간다.

삼성전자 주식만 파는게 아니라 다른주도 판다.

외국인들은 반도체 값이 장기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그나마 반도체 덕분에 어렵사리 버티고 있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보게 마련이라고 주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외환보유고가 떨어지고 원화가치가 떨어진다.

반도체 가격하락이 자칫 국가경제의 신용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실제로 반도체 가격하락은 무역수지에 직격탄같은 쇼크를 주고 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한국 수출 주력 품목인 D램 반도체의 개당 가격이 1달러만 하락해도 월간 1억2천만달러의 손실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월간 D램 반도체 생산량은 각각 6천만개(64메가 D램으로 환산) 정도이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조사자료를 보면 작년에 D램 등 메모리칩 분야에서만 89억6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 전체 무역흑자(2백87억달러)의 31%를 메모리반도체가 기여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처럼 반도체값이 장기하락을 지속하면 한국경제에 대한 나라안팎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반도체는 제품특성상 가격변동폭이 다른 제품에 비해 훨씬 큰 편이다.

반도체는 시장주력품목이 극히 제한돼 있는 데다 향후 수요에 상관없이 계속 공장을 돌려야 하는 장치산업이다.

이 때문에 컴퓨터 등 반도체를 많이 쓰는 산업의 경기에 따라 반도체경기도 ''냉.온탕''을 오간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볼 수 있다.

장치산업이다 보니 손해가 난다고 해서 공장을 세울 수도 없다.

삼성전자의 64메가D램의 생산 총원가는 3달러대 초반.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원가구조를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장기공급가격이 6달러 후반인 점에 비춰볼 때 아직도 떼돈을 버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시장에서의 평가는 밝지 못한 편이다.

지난 96년 64메가D램 가격이 40달러에서 7달러까지 폭락하며 경제를 멍들게 했던 때가 생생하기 때문이다.

지금상황에서 우리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반도체값폭락'' 그 자체보다 ''향후 반도체경기를 누구도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컴퓨터나 통신같은 반도체수요경기만 보면 비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가속화되는 관련기술 변화와 세대교체에 따른 산업내부의 진통과 교란현상까지 감안하면 반도체경기가 이런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전문가는 드물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