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막고 방울 훔친다"는 말이 있다.

방울소리가 두렵지만 자기 귀만 막으면 된다는 우매한 도둑을 나무라는 표현이 "엄이도령"이다.

남들은 도둑의 속을 뻔히 들여다 보고 있는데 혼자 아니라고 우기는 경우를 말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다른 나라가 북한의 "우주실험"용 로켓을 제공할수 있으면 미사일개발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도됐다.

기자가 만난 워싱턴사람들이 웃어버린 것은 물론이다.

주민이 굶어죽는 처지에 "우주개발"을 들먹이는 북한지도부의 언사가 속 들여다보이는 엄이도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이도령은 북한만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 미사일의 미본토공격은 가능한가"라는 의문에 대한 미국의 공식입장은 "그렇다"이다.

"국가미사일방어망(NMD)"은 북한등 이른바 "깡패국가(rogue state)"의 미사일을 겨냥한 방어체제라는 것이 미국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도 못먹는 수준"인 북한의 미사일이 겁나 NMD를 고집하는 것은 "닭 잡자고 도끼 드는 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이미 대륙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처럼 "잠재위협"이 아니라 "현존하는 위협"이다.

비보도를 전제로 이야기하다보면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북한미사일은 구실일 뿐,아직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더 위협적 존재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북한미사일의 미본토 공격가능성보다는 이 미사일이 리비아,이라크 등 아랍계에 수출되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유대계의 우려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푸틴은 최근 중국 장쩌민과 함께 미국의 NMD는 군비경쟁을 유발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키나와에서 회담을 갖는 G8의 유럽제국들도 최근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더욱이 얼마전에 실시된 NMD실험은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그럼에도 미국이 6백억달러라는 거금을 NMD에 지출하려고 고집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미래가 불투명한 "미군수산업이 개입된 엄이도령일지 모른다"는 분석은 그래서 흥미로운 주장이다.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