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세계무역기구(WTO).

지난 13년동안 관심을 끌어온 현안이었다.

마침내 매듭이 풀릴 모양이다.

바셰프스키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베이징에서 막바지 협상을 벌여
지난 15일 극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중국이 WTO 가입에 필요한 회원국 3분의2 이상의 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내년에는 중국이 정식 회원국이 될 것이다.

중국은 세계 10대 무역국이다.

1백34개 회원국을 가진 WTO는 이제 명실상부하게 21세기 세계무역질서를
관장하는 범세계적인 다자무역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또 오는 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WTO 각료 이사회에서 출범할 뉴라운드
협상도 더욱 큰 추진력을 얻게 됐다.

중국과 뉴라운드협상.

앞으로 이 게임을 잘 관전하면 세계무역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뉴라운드협상에 참여하면 협상이 잘 풀릴까.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금 대부분 개도국들은 뉴라운드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합의한
대로 농산물과 서비스교역 자유화만 의제로 다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공산품교역의 추가자유화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정부조달투명성
투자 경쟁정책 등 새 개방의무나 새 무역규범의 설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개도국 그룹 종주국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한다면 현재 드러난
미국과 EU간의 입장차이가 미국 EU 중국 사이의 대립으로 증폭될 우려가
있다.

당사국들은 이를 막기 위해 각별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의 WTO 가입은 단순히 무역차원을 넘어서서 21세기 세계경제질서의 큰
틀을 바꿔놓을 것이다.

12억의 인구와 엄청난 발전잠재력을 지닌 중국 아닌가.

이런 거대한 중국이 시장경제권에 본격 편입됨에 따라 세계경제는 공동번영
의 기회를 갖게 됐다.

만약 중국이 사회주의 경제체제 내지는 후진적 시장경제의 뼈대를 유지한채
경제강국으로 부상한다면 중국과 선진국 사이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WTO는 규범에 바탕을 둔 국제무역기구이다.

이제 중국이 정식회원국이 되면 제도와 관행을 규범에 맞게 확립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대중 무역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투명성이 올라갈 것이다.

바셰프스키 무역대표는 합의직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합의내용은
포괄적이고 만족스러우며 미국 수출산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
했다.

공산품의 관세인하는 물론이고 농산물 정보통신 금융보험 영화 등 광범위한
분야의 개방약속을 얻어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국의 평균관세율은 22.1%에서 17%로 내린다.

이 가운데 자동차는 80~1백%에서 2006년까지 25%로, 농산물은 14.5~15%
수준으로 내릴 것이다.

통신산업에 대해서 외국인투자를 49%까지 허용하되 2년 뒤에는 허용 폭을
50%까지 확대한다.

인터넷 사업에 대한 미국투자도 허용된다.

또 외국영화의 수입과 시청각 제품의 유통을 위한 합작이 허용된다.

금융부문에서는 외국은행 지점 설치와 중국기업에 대한 중국 원화대출이
가능해진다.

미국은 중국의 저가공산품 수입급증에 대비해 특별 반덤핑제도를 15년동안
운용할수 있다.

만약 중국이 시장경제 이행을 원활히 하면 이 제도는 완화될 수 있다.

중국도 대미수출 섬유쿼터를 2005년까지 철폐한다는 양보를 얻어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전반적인 수출및 외국인투자 여건이 개선될 것이다.

또 중국내 경제개혁을 촉진하는 외부적 압력을 받게 되므로 중국경제의
효율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선 중국은 이번 미국과의 가입협상 결과에 따라 앞으로도 공산품의 추가적
관세인하는 물론이고 서비스 분야 등에서 시장개방폭을 더욱 넓힐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수출과 투자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특히 원부자재나 자동차부품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비스 분야에도 중국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중국산 섬유.의류 등이 한국에 물밀듯 밀려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는 중국제품과의 수출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중수출 및 투자여건 호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의 경쟁관계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줄기차게 고도화해야 한다.

< ktlee@kiep.go.kr >

-----------------------------------------------------------------------

<>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제학박사
<>행시 14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