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금융시장이 잿빛이다.

주가는 약세국면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국채값은 급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이 증시 버블을 재차 경고,
시장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그린스펀 의장은 14일 미통화감독청(OCC)이 주최한 회의에서 "최근의
주가상승은 투자자와 대출자 모두에게 위험을 더해주고 있다"며 "은행 등
금융기관은 지불준비금을 확충하는 등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참여자들은 지금 주가수익률의 지나친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신용경색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말은 그린스펀의장이 미국증시 상황을 여전히 과열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그린스펀 발언으로 이날 국채값이 급락하고 달러가치도 하락세로
반전되는 등 파장이 컸다.

30년물 미국채가격은 전날보다 7달러가량(액면가 1천달러기준) 떨어지면서
금리(수익률)가 전날의 연 6.27%에서 6.32%로 올라갔다.

이 금리는 2년만의 최고치다.

이에따라 올들어 지금까지 국채값은 약 1백20달러나 하락했다.

그결과 금리가 연초의 5.15%에 비해 1.17%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날 상무부가 지난 9월중 도매물가지수를 당초 예상치인 0.5%보다 훨씬
높은 1.1%로 발표한 것도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도매물가 상승으로 인플레 우려가 고조되면서 FRB가 다음번 공개시장위원회
(FOMC)회의(11월16일)에서 금리를 재차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린스펀 연설은 뉴욕증시가 폐장된 뒤인 오후 7시(현지시간)에
행해졌다.

이때문에 뉴욕증시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대가 다른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S&P500선물 주가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15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2백포인트이상 떨어지면서
1만67포인트를 기록, 1만선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갔다.

지난 8월25일의 사상최고치(11,326.04)에 비하면 10%이상 떨어진 상태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세계증시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도쿄시장에서는 15일 주가가 하락, 전세계 주가도 떨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그린스펀의 발언에 영향받아 전날보다
1백78.69엔(1%)이 내린 1만7천6백1.57엔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96년 12월5일 그린스펀이 미증시의 버블현상을 처음으로 경고한
다음날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2.3%나 급락하는 등 한동안 조정기를 겪었었다.

"그린스펀충격"으로 도쿄시장의 달러가치도 개장초부터 약세로 출발,
달러당 1백7.27엔으로 전날(1백7.36엔)보다 떨어졌다.

유럽의 주요지수도 이날 하락세를 보였다.

런던 FTSE지수는 개장초부터 50포인트 떨어졌으며 파리 CAC, 프랑크푸르트
BAX지수도 오전장 한때 1% 안팎의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