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텁게만 여겨졌던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외국금융기관 진출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은행 보험 종금 증권 등
금융기관들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 전략적 제휴현황과 효과 =금융기관중 제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은행
이다.

은행들은 6월말 현재 모두 2백65개의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이 가운데 자금이체 업무가 1백36건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카드관련업무가 44건에 이른다.

제휴상대방을 보면 동종업종 금융기관보다는 이업종 금융기관이나 비금융
기관과의 전략적 제휴가 대부분이다.

은행과 제2금융권과의 제휴는 25건, 은행과 비금융기관의 제휴는 각각
27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간 제휴는 6건에 불과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제휴에 활발히 나서는 것은 일차적으로
수익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다.

증권거래관련 자금이체라든가 투신사 수익증권 위탁판매, 증권투자신탁
커스터디(유가증권보관)업무 등은 모두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가져다 준다.

또 판매업체와 업무제휴를 할 때에는 다수 대리점에서 발생하는 외상매출액
의 1~2%에 해당하는 신용카드수수료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은 올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1.4분기중 1천1백65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작년 1.4분기에 비해 10.3% 증가한 규모다.

이와함께 금융기관들은 제휴를 신규고객 확보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제휴는 상대기관 거래고객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예를들어 은행은 증권 보험 투신등과의 제휴를 통해 제2금융권 거래고객의
결제계좌를 확보하게 된다.

제2금융권을 선호하는 고객의 유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2금융권 입장에선 은행고객을 잠재고객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기관간 제휴에는 "겸업 준비"라는 바탕도 깔려있다.

은행이 보험업무를 취급하고 증권이 은행업을 하는 금융 겸업주의는 한국
에서 아직 허용돼있지 않다.

선진국에선 겸업화로 가는게 대세다.

한국도 이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기관간 업무장벽이 허물어지기 전에 다른 업무를 취급할 기반을
조성하고 노하우를 쌓자는게 제휴에 나서는 금융기관들의 속내다.

<> 앞으로의 전망 =M&A는 시너지(통합상승)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조직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게 단점으로 꼽힌다.

그래서 금융기관들은 위협요인이 거의 없는 전략적 제휴를 더 선호한다.

앞으로도 이같은 경향은 가속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외국계 대형금융기관들의 국내시장 진출에 앞서 시장
선점을 위한 단기전략 차원에서도 가능한한 많은 전략적 제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략적 제휴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종합금융그룹이 출현하기
전까지 제휴가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중심전략으로 이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종합금융그룹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겸업화, 은행 소유지분 규제완화 등의
과제들이 선결돼야한다.

제휴가 확산되는걸 이업종간 합병이 본격화될 조짐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이미 미국에선 씨티코프(은행)와 트래블러스그룹(증권 보험등)이 합병하며
업무영역 허물기를 주도하고 있다.

매킨지컨설팅 관계자는 "같은 금융기관간 합병은 대체로 마무리됐다고 보고
다른 금융기관간 합병을 위해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도
다른 금융기관간 합병이 주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