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화당국의 시장개입으로 엔고행진이 주춤해졌다.

그러나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상승가도를 줄달음치고 있는 엔화가치를
되돌려 놓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많은 외환전문가들은 일본의 시장개입에도 불구 올해안에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엔까지도 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거시경제지표를 살펴볼 때 엔고는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 6월부터 2달동안 3백70억달러로 추정되는 일본정부및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이 있었지만 엔화 상승세를 되돌리지 못한 것도 이번 시장개입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달러당 1백20엔선에서부터 시장개입에 나섰으나 엔화가치는
이미 1백10엔선까지 돌파한 상태다.

<> 시장개입 배경 =2.4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덥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상은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경기회복을
이끌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면서 "경기회복이 아직 불안하다"고 말했다.

엔고는 일본기업들의 상품수출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낳아 결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엔고는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고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치가 연중 최고치인
1백8엔을 뚫고 올라설 경우 일본정부가 다시 시장개입에 나서게 될 것이란
분석이 있어 왔다.

엔화가치가 이 선을 넘어서면 일본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 미-일 공동개입 가능성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엔에 육박하기 전에는
양국의 공동시장개입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엔고(달러약세)가 일본경제에는 득될게 없지만 미국경제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중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3천5백~4천억달러의 무역적자
가 예상되는 미국으로서는 마냥 달러강세를 밀고 나갈 수도 없는 처지다.

또 아직은 물가가 낮고 생산성이 높은 수준이어서 달러약세로 인해 미국
경제가 당장 인플레 등 악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미국 통화당국자들이 잇따라 "엔고-달러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도한 엔고(달러약세) 현상은 미국이나 일본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에 엔고가 더욱 큰 폭으로 진행되면 미국도 불가피
하게 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나친 달러약세는 수입물가상승->인플레 압력->금리상승->주가하락->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의 정책선택에 있다.

서머스 장관은 미국의 재정흑자로 빚을 갚게 되면 저절로 달러가치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으로 인한 부작용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전문가들은 그러나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엔까지 오를 경우 미국경제에
당장 인플레라는 "빨간불"이 켜질 것이고 일시적이지만 시장개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전망 =일본이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나타내는 등 경제상황이 갈수록
호전되고 있다.

국제투자자금도 일본으로 몰리고 있어 엔고가 대세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의 엔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
이다.

실제 매달 70~80억달러의 국제투자자금이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연말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만엔까지 오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는 엔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변수는 미-일의 공동시장 개입여부다.

그러나 1백엔이 깨지기 전에는 공동개입 가능성이 50%도 안될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럴 경우 연말까지 엔화가치는 1백~1백15엔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