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의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인 국제통화기금(IMF)
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고 있다.

개혁 프로그램의 유효성을 둘러싸고 그동안 혹독한 비판을 받아왔던 데다
최근에는 자금 사정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IMF는 지난 53년 설립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중남미 지역까지 외환위기에 동참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심각한 혼란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 정부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지도력에도 큰 상처를 입고 있어 국제적인 경제관리 체제도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는 14일 IMF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아시아 등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으로 IMF 자금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 자금증액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MF 가용재원은 현재 50~90억달러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날 배포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지난 1년
(97년5월-98년4월말)동안 전년의 4배가 넘는 2백60억달러의 기록적인 자금을
회원국에 대출했다.

따라서 총자산중 현금성 자산을 나타내는 유동성 비율이 98회계년도중
36%로 낮아졌다.

전년의 1백21%와 종전 연평균 70%에 비하면 각각 4분의 1과 절반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피셔 부총재는 이같은 수치는 "IMF가 추가로 1백90억~2백30억달러의
가용재원을 즉각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외환위기의 발생
징후가 농후한 중남미 지역을 염두에 둔다면 IMF 자금증액 문제는 신속히
결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관련, 선진10개국(G10) 중앙은행총재들도 15일 스위스 바젤의
국제결제은행(BIS) 본부에서 회의를 갖고 각국 정부에 대해 IMF 추가출연을
시급히 처리토록 촉구하기로 했다.

한편 제프리 삭스 교수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MF 외에 G7체제 등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있어 보다 광역적인 새로운 국제협조 체제가 시급
하다고 말하고 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