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국가의 유동성 위기를 지원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자신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등 환란에 빠진 아시아국들에 거액을 풀었던 데다
최근에는 러시아등 동구권까지 자금지원을 호소하고 있어 IMF 금고는 멀지
않아 바닥이 드러날 지경이다.

IMF의 자금부족 상황은 "가용 현금 비율"이 지난 5월말 현재 40%까지
낮아졌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남미 위기가 피크에 이르렀던 94년 당시 수준인 30%에 육박해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올 하반기중에 어떤 나라에든지 1백억달러 이상의 추가지원을
제공하게 된다면 가볍게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최근 공개된 "대차대조표"에 의하면 IMF의 총자산규모는 1천9백60억달러.

그러나 실제 가용자금은 형편없이 수위가 낮아진 상태다.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은 IMF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고작
1백억~1백2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도 최근 러시아 정부가 1백50억달러의 차관을
요청한데 대해 "IMF가 한 나라에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자금이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문제는 IMF에 돈을 대야할 회원국들이 재원 증대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

클린턴 행정부는 의회에 IMF쿼터증액를 승인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올 가을까지는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라는게 하원의 태도다.

다른 회원국 사이에서도 IMF가 자금을 더 달라기에 앞서 자금관리
능력부터 검증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자금의 사용처와 위기 지원 전략 등을 명확히 밝히라는 요구다.

IMF가 지원대상국들에 요구해왔던 이른바 "투명성"을 문제삼고 있는것.

IMF측은 "자금이 모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최근에는 "IMF를 평가하는" 외부 전문가팀(3명으로
구성)을 위촉하는 등 회원국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