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란 말 대신 개혁이라는 표현을 쓰겠다"

1일 공식 출범한 금융감독위원회 이헌재위원장은 이날 금융구조조정이나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말을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으로 바꾸었다.

그는 일본이나 한국은 규제혁파나 규제파괴라는 말을 써도 실질적으로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탄력성"(현실이 잘 안바뀐다는
뜻)이 심하다며 앞으로 이를 깨뜨리겠다는 의욕을 과시했다.

그는 미국 IBM은 가스너회장이 취임, 리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을 쓴후 인원을
40만명에서 12만명 줄였다는 사례를 들어 개혁의 강도가 간단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99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라는데 대해 대기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는데.

"반발이라고 보지 않는다.

해는 저무는데 갈길은 멀어 곤혹스러워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초만해도 기아 등 대기업이 줄줄이 무너지고 14개 종금사가 문을 닫고
2개 은행이 부실화될 것을 누가 예상했겠느냐.

은행이 부실기업처리를 잘못하면 그 은행이 부실화돼 개혁을 못하게 된다.

현실이 어렵다고 안쓰러워 할 때가 아니다.

기업이 현재의 문제를 과거의 해법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

부채비율이 2백%를 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선진국 은행들은 이들 기업을 정리해야 할 특별기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기업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1천억원의 부채를 진 기업이 1천억원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고
치자.

2년후면 부채는 이자부담으로 1천7백억원정도가 되고 부동산가치는
6백억원대로 떨어질수 있다.

그런데도 안팔린다고 발만 구를 것인가.

발상과 방법을 바꿔야 한다"

-투신사 부실이 심한데 대책은 있는가.

"투신사 부실에 대해서만은 대답하고 싶지 않다"

-직접 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킬 방안은.

"외국의 뮤추얼펀드가 국내기업 대출을 사 유가증권형태로 운용하게 되면
시장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1-2개월안에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

< 고광철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