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한국 디스플레이업계의 ‘마지막 보루’로 불린다. 2021년 중국에 액정표시장치(LCD) 1위 자리를 뺏긴 이후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를 수성하는 데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中, LCD 왕좌 등극 3년 만에…이번엔 중소형 OLED 1위
하지만 LCD를 접수한 중국 업체들이 이후 ‘공격 타깃’을 OLED로 돌리면서 조금씩 영토를 내주게 됐다. 급기야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 장착되는 중소형 OLED에선 중국에 1위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세계 중소형 OLED의 53.4%(출하량 기준)를 점유했다. 작년 4분기(44.9%) 대비 8.5%포인트 상승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55.1%에서 올 1분기 46.6%로 줄었다. 중국이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한국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별 회사별로는 삼성이 점유율 41%로 1위를 지켰지만, 1년 전(53.3%)보다는 크게 감소했다. 그 뒤를 BOE(17%), 비전옥스(12%), CSOT(10%), 톈마(9%) 등 ‘중국 4인방’이 이었다. 대형 OLED시장의 최강자인 LG디스플레이는 6위(점유율 6%)에 머물렀다.

이유는 두 가지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국산 OLED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고, 삼성·LG 제품을 주로 쓰는 애플의 판매량이 줄어들어서다. 2022년까지는 삼성 OLED를 장착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20여 개에 달했지만,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중소형 OLED 패널을 내놓자 그 수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의 ‘애국 소비’ 움직임에 작년 4분기 24%였던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올해 1분기 15%로 추락했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는 한국이 주름잡고 있는 TV용 대형 OLED나 중국판이 된 LCD와 달리 한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경쟁 시장이다. 대형 OLED에 비해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데다 볼륨도 많다 보니 다들 차지하려는 ‘핫’한 시장이 됐다. BOE가 지난해 11월 쓰촨성 청두에 630억위안(약 11조원)을 투자해 8세대 중소형 OLED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는 등 중국은 이 시장도 차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는 아직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과 LG의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각각 49.6%와 33.5%로 BOE(8%), 비전옥스(5.1%) 등 중국 업체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 중저가 모델에 OLED를 공급하는 BOE가 애플에 LTPO OLED 납품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OLED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